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민주당 이광재 의원 등 줄줄이 구속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26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게 됐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맞물려 구속돼 한달 넘게 수감생활을 해온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일시적으로나마 영어의 몸에서 풀려나게 된 셈이다.
지난달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재임 시절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재단 설립을 논의하며 교류해왔다.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이 구속된 후 홈페이지에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라는 글을 올려 오랜 인연을 소개하면서 미안함을 표시하고 건강하게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구속집행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정 전 비서관은 평소 사석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말을 놓을 정도로 각별한 친구 사이였지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돈 64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2일 구속돼 수감생활을 해왔다.
이 의원은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함께 `左희정 右광재'라는 별칭을 얻으며 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왔으며,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옥중에서 `꽃이 져도 그를 잊은 적이 없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편지를 쓰며 비통한 심정을 달랬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도 이날 구속집행 정지 허가를 받았으며, 앞서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가 서거 당일인 23일 검찰의 구속집행 정지 신청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정화삼 씨는 건평 씨와 함께 세종증권 인수 로비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최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터라 영결식 참석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심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 전 회장은 따로 구속집행 정지 신청을 하지는 못하고, 회사 직원들로 하여금 대신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재임 시절 함께 골프를 칠만큼 20년간 후원자로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수사 과정에서 등을 돌려 마지막 길도 배웅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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