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 1분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기회복에 가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우리의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자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세계경제의 회복력에 달려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다시 한 번 흔들 수 있는 변수들이 잠복해 있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0.1%의 힘..나홀로 플러스 전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빠르게 내상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작년 4분기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5.1% 급감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 공포가 가득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코스피 주가는 900선까지 떨어지고 환율은 한때 1,500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9월 위기설에 이어 올해는 3월 위기설이 돌며 외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해냈던 '내공'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풀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노력을 통해 올해 1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0.1%로 올라서며 단시간에 회복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이를 통해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전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된 유일한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상당수 국가들이 오히려 마이너스 폭이 확대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최근 "우리나라 1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 증가해 작년 4분기의 -5.1%라는 급격한 감소세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비교적 단기간에 종료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플러스 0.1%는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힘은 컸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 정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한국 경제가 반등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한국 경제의 최근 추세가 다른 나라보다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외부의 시각이 많이 달라진 셈이다.
◇ 글로벌 변수..한국 경제 걸림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조기 회복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메가톤급 변수도 제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선진국 경제가 힘을 차리지 못할 경우 수출 엔진의 출력을 높이기 힘들다. 실제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애초 3%에서 1.9%로 내려 잡았다.
빠른 회복을 내다보던 V자형 전망은 세를 잃은 지 오래이며 최근에는 장기 침체형인 L자, 이른바 더블 딥을 뜻하는 W자, 회복과 하강이 반복되는 WWW형까지 거론되면서 완만한 회복을 기대하는 U자 전망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세계 경제가 이제 막 중환자실에서 나왔을 뿐 회복하려면 상당 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며 "일본보다 더 심각한 장기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될 가능성도 변수다. GM 등 거대기업의 파산 가능성과 동유럽의 금융불안 등 불안요인이 터질 경우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금융시장은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정부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 급락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회복 강도가 약하고 대외여건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경기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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