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기회인데...” 먹구름 낀 한국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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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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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앞에서 현대기아차 15개 계열사 노조 집행부들이 '구조조정 방지를 위한 연대투쟁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연합
세계 자동차 업계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 업체들도 많게는 수만 명씩 감원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상 지축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반면 지난 26일 현대·기아차 서울 본사 앞에서는 30여명의 계열사 노조 대표들이 모여 구조조정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슷한 시각 미국에서는 파산 직전에 몰린 거함(巨艦) GM이 29일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것이라는 속보가 타전됐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GM의 몰락이 가시화 되는 시점에 공교롭게도 한국 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현대·기아차 계열사 노조 15곳이 15년 만에 연대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명분은 구조조정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이와 별도로 다음 주부터 서울 본사 앞에서 임단협 관련 항의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태곤 현대차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현대차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양재동 본사 앞에서 임단협 관련 항의 투쟁을 다음 주부터 시작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 외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며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곳은 없다. 대신 정부의 노후차 세제 지원 덕분에 5월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막힌 숨통이 트이고 있다. 경기회복의 긍정적 징후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완성차 노조는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주장하며 있지도 않은 내용을 근거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

완성차 노조의 요구안은 기본급인상과 고용안정으로 요약된다. 현대·기아차는 임금 5.5% 인상, 고용안정,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성과급 지급 등이다. GM대우차는 임금 4.9% 인상, 고용안정이 주된 뼈대다. 쌍용차 노조는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공장 문을 걸어 잠갔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 1분기 각각 1500억원과 8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순익 구조가 예년에 비해 악화됐다. 노조의 요구안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GM대우 역시 경영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사무직의 경우 이달부터 근무 시간을 줄여 임금 10%를 삭감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쌍용차다. 지난 21일 총파업 선언 이후 평택공장 정문을 막고 사무직 직원까지 출입을 금하고 있다. 회사는 생산을 중단한 채 휴업을 선언했다.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공장폐쇄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노조의 무차별식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근로자와 회사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생산이 중단된 쌍용차는 5월 판매량이 늘었지만 물량이 없어 계약 취소를 하고 있다. 생산 중단으로 이달에는 월급도 주지 못했다.

해외 업체들이 구조조정으로 맷집을 기르는 사이 국내 차 업계는 노조에 발목 잡혀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동차 역사 120년 만에 찾아온 호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김기찬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미국 ‘빅3’의 위기 원인은 고비용 구조와 유연성 결여 때문”이라며 “노조가 협력해 불확실성을 없애고 안정적 생산 기반을 만들어야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잡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부증권 윤태식 연구원은 “침체가 2∼3년은 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1990년대 이후 또 한번의 자동차 산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2010년 이후 글로벌 수요회복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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