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개성과 매력을 겸비한 탄탄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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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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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엄마가 있고, 엄마에 대한 생각이 있다. 무척 익숙하면서도 강한 존재고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것 또한 엄마와 아들이 아닐까. 그런 엄마가 과연 영화적인 세계 속에서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 엄마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가 있었지만 좀 더 극한까지 가보고 싶었다. 가장 뜨겁고 강렬한 부분, 어떻게 보면 불덩어리에서도 제일 뜨거운 열의 핵심 같은 곳을 파고드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마더'는 영화적으로 새로운 도전이다." (감독 봉준호)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단 3편으로 봉준호는 한국 영화의 재능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80년대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미해결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범죄 드라마의 성립 근거 자체를 허물어 버린 '살인의 추억'. 수도 서울을 관통하는 고요한 한강에서 가족을 덮친 괴수를 끌어 낸 '괴물'.

그의 영화들은 특정 장르의 틀에 가둘 수 없는 상상력으로 통념을 역으로 치고 들어가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긴장감과 유머와 인간애가 공존하는 독특한 재미와 새로움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2006년 '괴물'의 1,300만 관객동원으로 좀처럼 깨기 어려운 흥행 기록을 보유한 그는 마이너적 시선으로 주류를 공략하는 보기 드문 존재다. 거대한 스케일의 상상력 속에 한국의 현실과 가족의 드라마를 녹여 넣었던 '괴물' 직후의 차기작이라기엔 의외인,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로 눈을 돌린 '마더'. 가장 일상적인 존재에서 출발, 또 한번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영화적 재미를 선 보였다.

'마더'는 한 배우로부터 시작된 영화다. 47년 차 중견 여배우 김혜자. 한국인들에게 그는 한 개인이 아니라 '엄마' 그 자체인 일종의 아이콘이다. 바닥 모를 사랑과 희생 정신, 엄마에게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을 완벽한 연기로 구현해 온 그녀에게서 봉준호 감독은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그녀 안에 있었으되 아무도 보지 못했던 히스테릭한 기운과 예민함. TV 드라마에서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강렬하고 파괴적인 모습을 위해 마더의 스토리는 구상되었다. 김혜자의 가녀린 몸뚱이와 그 안에 내재한 핵폭탄 같은 폭발력이 자아내는 부조화 혹은 언밸런스를, 관객을 끌고 나갈 영화적 모티브의 핵으로 삼고 있는 영화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장르의 특징을 빌어 오면서도 장르의 컨벤션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비틀어 왔다. 그 결과 그의 영화는 특정 장르의 고유한 미덕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새롭고 재미있다라는 반가운 선입견을 한국 관객에게 형성시켰다. 마더 또한 영화적 재미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전작들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탄탄한 드라마, 개성과 매력을 겸비한 캐릭터 군단, 서스펜스 직후의 유머 등. 하지만 한국의 현실이 드라마의 뒤편에서 이야기를 깊게 만드는 실화거나 괴수 장르의 스케일이 있었던 전작과 달리 이 영화에는 오직 '엄마'와 그의 진심 어린 '사투'가 있을 뿐이다.

사건 자체의 드라마틱함 보다는 극단으로 몰린 엄마의 심리와 행동 쪽에 방점을 찍는다. 외형적 스케일보다 내면의 스펙터클에 주목하고, '엄마의 사투'를 끝까지 몰아가 그 감정의 등고선에 관객을 동참시켰다.

엄마라는 본원적 존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치열하게 펼쳐 보이는 정직하게,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연쇄살인마가 횡행하는 현실에 무감해진 한국 관객들에게 장르적 힘을 등에 업은 변화구가 아닌 직구를 던졌다.

익숙한 존재, 엄마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정직한 드라마 '마더'가 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기대된다.

한편, 마더는 주말 극장 예매 점유율에서 압도적 차이로 1위를 석권했다. 이는 지난 주 70%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올해 오프닝 기록을 새로 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의 기록을 뛰어넘어 눈길을 끌었다.


인동민 기자 idm8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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