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검찰조사가 '인과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들은 대통령 사저와 부엉이 바위 앞에만 서면 "검찰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지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검찰의 수사상 행태에 대한 비판인 셈인데 여기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한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한 점도 도마에 오른다.
오랜 후원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진술로만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검찰이 완벽한 증거를 갖추지 못한 채 '언론플레이'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조문객은 "아무리 잘못한 학생이라도 한꺼번에 혼내야지 반성을 하지, 매 수업시간마다 꾸지람을 하면 견뎌내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로 곤욕을 치르는 것은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이모 경호관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언론이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 보도하자 그때서야 결국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노사모라고 밝힌 이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이고 경찰이 유가족을 죽인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무리 견디기 힘든 사실이라도 진실은 밝히는 게 마땅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가족의 아픔이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동부터 과학적이고 증거 위주의 철저한 수사로 임했다면 이런 오류는 범하지 않았고 유가족에게 두번의 아픔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 경호하나 제대로 못해 사고 수사 결과를 번복 발표하는 정부가 과연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20년 전 국민들의 뇌리속에 아득하게나마 잠재해 있던 '정권의 하수인', '민중의 몽둥이'라는 표현이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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