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서거]"마지막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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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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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소 조문객 행렬 끊이지 않아…자원봉사자 "하루가 25시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뒤편에 병풍처럼 들어선 봉화산. 조선시대 때는 불을 피워 왜구의 침입을 서울에 알렸던 역할을 수행한 장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6일째인 28일 현재 봉화산에서 시작된 ‘촛불조문’ 여파는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진원지인 봉하마을 빈소는 분향 마지막날인 28일 평소 2배에 육박하는 조문객이 방문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봉하마을 조문객, 100만명 육박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1도에 이르는 등 6일째 30도 전후의 무더위가 지속됐다.

그럼에도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회관에서 입구까지 2km의 차도는 새벽부터 헌화를 기다리는 조문객으로 가득 메워졌다.

이미 지난 24일 조문을 마쳤으나 가족에 양해를 구하고 자원봉사를 자청했다는 전용희씨(46·주부)는 “평소 노 전 대통령이나 정치 얘기는 잘 몰랐지만 5일째 자원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이토록 많은 조문객이 오고 슬퍼하는 것을 보니 진심으로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싶은 마음에서 자원봉사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을 예정보다 일찍 마치고도 1시간을 대기해서야 헌화를 마쳤다는 서 모씨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
으면서 “조문객이 많이 다녀갔다는 보도를 듣긴 했으나 막상 와보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권양숙 여사 등 유가족들도 많은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7일까지 전국 각지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총 300만명 정도.

이중 가장 많은 방문 수치를 기록한 봉하마을 분향소는 이날까지 78만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분향 마지막날인 28일 하루 평균 10만명의 2배 정도가 다녀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결식 전까지 봉하마을 조문객수는 100만명에 이른다.

◆자원봉사, “1초도 쉴 틈 없어”

29일 영결식이 가까워 올수록 조문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도 부지런해졌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자원봉사 지원단 관계자는 “6일 동안 한국자유연맹, 적십자사, 농협 지부, 새마을운동협회, 김해시 등 20여개의 단체가 활동했다”며 “24일에는 일반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500명뿐이었으나 갈수록 봉사단체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문객이 많아지면서 일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500명 이상을 넘길 경우 원활한 운영은 물론 지원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간 자원봉사를 자청한 단체도 수십 군데였지만 오히려 주최 측에서 정중히 사양했다는 후문이다.

헌화에 쓰일 국화꽃을 조문객들에 나눠주던 진영지부 적십자 자원봉사단 정원희 전 회장은 “이틀째 배식, 분향소 안내 등 하루 13시간 봉사활동을 했다”며 “한 단체에서 4~50명 꼴로 봉사하지만 맞교대만 가능하고 단 1초도 쉴 틈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더위에 ‘탈진’한 조문객들    

6일 동안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빈소를 방문했다 탈진한 조문객들도 많았다.

김해시 진료담당과 구미향씨는 이날 “6일간 환자는 총 353명으로 이중 7명이 병원에 후송됐다”며 “대부분 무더위에 오래 노출돼 현기증이나 두통, 지병이 악화된 경우”라고 밝혔다.

진료담당과에 따르면 지난 24일 환자수는 25명, 25일 65명, 26일 117명, 27일 146명으로 날마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봉하마을 빈소에 차려진 현장응급실은 김해시를 비롯해 경상남도, 김해소방서, 세영병원 등 4곳의 인력이 파견됐다.

◆크고 작은 ‘해프닝’   

6일 간 100만명에 가까운 조문객이 봉하마을을 찾았으나 질서 유지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 가운데 몇몇 크고 작은 해프닝도 일어났다.

27일에는 이운우 경남지방경찰청장과 경찰간부 40여명이 일반인들을 제치고 먼저 헌화를 했다는 이유로 몇몇 조문객들이 “그러고도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느냐”며 ‘물통세례’를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한 중년 조문객과 경찰간부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또 지난 25일 저녁엔 조문객들 숫자가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저녁식사가 떨어지자 익명의 단체가 임시로 빵과 우유를 지급하기도 했다. 

김해=  김종원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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