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에는 지도자의 능력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형편 없는 리더십은 비난 받을 수도 있지만 호황 속에 묻혀 쉽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탁월한 리더십은 빛을 발하지만 그렇지 못한 리더십은 조직을 파멸로 이끈다.
문제는 리더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데 있다. 심지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이들도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뭔지 잘 모른다. 실패하는 리더십의 조건이 유별난 게 아닌데도 그렇다.
세계적인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신호(6월호)에서 실패하는 리더들이 갖추고 있는 10가지 결점을 꼬집었다.
HBR은 이를 위해 두 가지 연구 결과를 활용했다. 우선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450곳 이상의 임원 가운데 3년 안에 해고된 31명의 성향을 분석했다. 또 1만1000명 이상의 기업 임원을 상대로 한 조사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능력이 달리는 10%를 추려 해고된 31명의 임원 성향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이들은 10가지 가운데 적어도 하나 이상의 결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리더들이 가진 결점 중 하나는 에너지와 열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부담으로 여긴다. 과제가 주어져도 먼저 나서는 일이 없다. 이들의 에너지 결핍증은 내부로 확산돼 조직 전체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중간만 하면 된다'는 자세를 가진 리더도 조직을 무너뜨리기 쉽다. 이들은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과장한다. 어쩌다 목표에 도달했을 때 더 의기양양해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공약은 적게, 실천은 그 이상으로(Underpromise and overdeliver)'가 이들의 생활 신조다.
실패한 리더들은 비전과 목표도 뚜렷하지 않다. 이들은 주어진 일만 수행할 뿐 그 이상은 관심이 없다. 일단 업무가 주어지면 그 일에 전력을 다하지만 갈림길에 이르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판단력이 흐린 것도 이들의 공통된 특성 가운데 하나다.
실패자들은 협동심도 부족하다. 이들은 혼자 행동하길 좋아하며 동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멀리한다. 결국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된다.
실패한 리더들 가운데는 말만 앞서고 실행은 뒷전인 이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실적 목표는 그럴 듯하게 제시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경우가 드물다.
사고가 꽉 막힌 리더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은 동료나 부하 직원의 제안을 귀담아 듣지 않고 무조건 거부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공급되지 않는 조직은 정체돼 있다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실수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리더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실수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실수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일단 실수를 저지르고 나면 그 사실을 숨기는 데 집착할 뿐 자신의 실수를 발전의 기폭제로 삼지 못한다.
조직을 망치는 리더들은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있다. 골목대장 성향을 지닌 이들은 자기 중심적인 행동과 언사로 상대방의 부아를 돋운다. 사람들을 쌀쌀하게 대하고 칭찬에 인색한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이들은 자신은 물론 남들의 발전에도 장애가 된다. 쓸만한 인재들은 결국 조직을 이탈하게 되고 껍데기만 남은 조직은 허물어질 게 뻔하다.
지금까지 열거한 문제점은 리더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들은 대개 이런 문제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실패한 리더들은 자신이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자기 자신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HBR은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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