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한결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슬픔과 고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주위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거나 짧은 얘기도 나눌 정도로 조그마한 마음의 여유가 엿보인다.
권 여사는 28일 오전 7시 20분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마을회관에서 나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상식(상가(喪家)에서 아침저녁으로 죽은 사람의 영궤와 그의 딸린 물품을 앞에 두고 음식 마련해 올리는 제사)을 마친 후였다.
마을회관에는 가까운 친지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된 가족 빈소가 있다.
권 여사는 검은 한복의 상복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오른 편에서 박은하 전 청와대 비서관이 손을 잡으며 부축하고 있었지만, 권 여사가 스스로 걷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얼굴은 수척했지만 3일 전 휠체어의 도움으로 회관에 들어섰던 모습에 비해서는 한결 건강을 되찾은 듯했다.
권 여사는 곧장 회관 마당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걸어가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헌화 등 조문을 올린 뒤 사저로 향하기 위해 분향소 뒤편으로 걸어갔다.
권 여사는 이동 중에 아무런 말없이 상주들과 조문객들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전국적으로 300만명(24일 오후 4시 기준)을 넘어설 만큼 국민들의 추모가 뜨거운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깊은 슬픔 속에서도 주위 사람들을 되돌아 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전날(27일) 권 여사는 한명숙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 편을 통해 봉하마을을 비롯한 전국 분향소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와 조문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역시 한층 나아진 모습이었다.
주로 밤에만 이동하던 정연 씨는 이날 가족 빈소에서 사저에 들렀다 왔다.
사저로 향할 때는 옆에 있는 유가족 한 명과 경호원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계속해서 말은 아꼈지만 충격과 슬픔으로 부어올랐던 얼굴과 눈은 많이 완화돼 있었다.
장의위원회측은 그 뜻이 와전될까봐 유족들의 심리적 상태를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아끼는 분위기다.
복수의 친노측 인사는 "권 여사가 현재 식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김해/ 김종원 안광석 기자 jjong@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