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가 있는 봉하마을회관 앞에는 차량번호 경기 34 자9001의 운구차가 대기하고 있다. 차량 앞 보닛은 V자형 국화로 수놓아 있다.
5시 3분, 13명의 조총병이 사열 ‘받들어 총’이라는 우렁찬 구령과 함께 운구병들은 태극기로 감싼 노 전 대통령 관을 들고 나섰다.
권양숙 여사와 건호씨 등 유가족과 친지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그 뒤를 뒤따랐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전이 마을회관을 나서자 조문객들 사이에서는 흐느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5시 9분 고인이 운구차량에 태워지고 동시에 영정은 분향소로 이동했다. 영정 뒤를 건평 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뒤따랐다.
5시 11분께 견전(문 앞에서 지내는 제사)이 시작되고 상주인 건호 씨가 부친의 영정에 술을 따르고 재배했다.
장례전문가 이홍경씨의 낭랑한 대축독축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권 여사를 비롯한 모든 유가족들도 구령에 맞춰 재배를 마쳤다.
이어 영정이 분향소에서 300m 떨어진 고인의 사저를 향했다. 정연씨가 왼편에서 권 여사를 부축했다.
영정이 식장을 떠나자 조문객들은 “편히 잠드십시오” “사랑합니다” “대통령 살려내”라며 격앙된 외침을 쏟아냈다. 오열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영정이 천천히 사저와 생가를 돌아봤다.
일부 조문객은 영정이 돌아올 때까지 대기 중이던 영구차를 부둥켜 잡고 오열하느라 자리를 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5시 30분 고인을 실은 영구차가 영정을 앞세운 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문객들의 울음 소리가 더욱 커졌다. 현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2km에 이르는 봉하마을 입구까지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은 미리 준비한 노란 종이비행기로 떠나는 고인을 전송했다.
노사모 전 대표인 명계남씨는 고인을 보내는 것이 아직 마음에 준비를 못한 듯, 연신 운구차량을 쓰다듬으며 한숨지었다.
5시 46분 영정이 차량에 실리고 봉하마을을 떠날 준비를 했다. 5시 58분 발인이 끝나고 운구행렬이 서울로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문객들은 더욱 크게 울었다.
◆비통에 잠긴 유족들
유가들이 재배를 마치고 분향소를 떠날 때 발인병의 손에 들려 있던 영정은 어느새 노 전 대통령의 조카인 박상은 변호사에 들려 있었다. 박 변호사의 표정은 비통에 잠겨 있다.
그 뒤를 따르는 권 여사와 유가족들. 권 여사는 울음을 터뜨리진 않았으나 수척한 모습이다. 그의 곁을 따르는 고인의 손녀딸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상주인 건호씨는 북받쳐 오는 슬픔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문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고인의 딸 정연씨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묵묵히 뒤따르기만 했다.
김해= 김종원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