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잘가라” 끝내 울어버린 부산상고 동문
“이명박 사죄하라”...이 대통령 헌화시 식장 ‘아수라장’
‘상록수’가 울려 퍼지자 엄숙한 식장 끝내 눈물 바다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나는 날 하늘은 맑았다. 또 경복궁 주변의 초록색 풀은 노 전 대통령의 영혼을 위로하듯 푸르렀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서거 이레만인 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영결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정·관계 주요 인사, 주한 외교사절,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정연씨를 포함한 유족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들은 몰려들었다. 그들의 표정은 민중의 영웅을 잃어버린 듯 허탈했다.
부산에서 아이들과 올라온 최모씨(여.38세)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왔다”며 “대통령의 상징인 노란 손수건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수많은 추도 인파로 경복궁 앞에서는 시민들과 경찰 간의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초청장을 받은 시민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현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서 왔는데, 초청장이 없다고 입장 자체를 막는 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시민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보고 싶어 하는 국민들을 경찰이 이렇게 가로막아서도 되는 것이냐”며 흥분했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영결식 내내 시민들은 안내책자로 얼굴을 가리며 태양을 피했다. 마지막까지 엄숙하게 자리를 지켰다. 경복궁 맞은편 확장공사를 위한 컨테이너 박스에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란 문구가 내걸렸다. 시민들은 “바보 대통령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다”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자 사방에선 “우...”라며 야유가 터져나왔다.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이명박은 반성하라.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백원우 의원도 이 대통령 곁으로 뛰어가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같은 처지였다. 김 전 대통령이 헌화하자 “반성하라. 여기는 왜왔냐”며 성토했다.
흥분한 시민들은 영결식장 뒤에 마련된 화장실에서 담배를 빼물었고, 한숨을 내쉬었다. 화장실 주변서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 ‘상록수’가 추모곡으로 흘러나오자 한 시민은 지인의 어깨에 기대어 서럽게 흐느꼈다.
영구차가 경복궁을 떠나 노제가 벌어질 서울광장으로 향하자 부산상고 동문이라는 박모씨(남. 64세)는 “무현아 잘가라”며 흐느껴 울었다. 노사모 회원들은 떠나는 영구차 옆에 서서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등 서러운 메아리를 합창했다. 또 그들은 소리치며 목놓아 울었다.
영구차 바로 뒤를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어머니 권양숙 여사를 부축하며 따라갔다.
이어 안희정 문재인 한명숙 이병완 서갑원 이광재 문희상 백원우 이화영 이해찬 유선호 천정배 이정우 등 현전직 의원 및 참여정부 시절 관료들이 뒤따랐다.
김영주 조정식 노웅래 조일현 김재윤 주승용 손학규 이인영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도 함께했다.
영구차가 떠나자 시민들도 노제가 예정된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영결식은 시종일관 엄숙하고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고인의 생전 모습이 제단 양옆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나타나자 눈물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송정훈, 이보람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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