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방인 중국, 러시아와도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며 좌충우돌 행보를 하고 있다.
현 국면에서 북한을 설득해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핵심 행위자로 여겨지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의 대외 강경 의지를 과시하는 것이자 북한의 도발적 행위의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29일 담화는 중국과 러시아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누가보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를 가리켜 '미국에 아부, 추종한 세력들'이라고 비난했다.
"우리 앞에서는 위성 발사가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말해 놓고 정작 위성이 발사된 후에는 유엔에서 그를 규탄하는 책동을 벌였다"는 비난은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 채택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한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은 의장성명 채택에 찬성한 중국측에 '앞뒤가 다르다'는 식의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안다"며 "사실 이번 핵실험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카드지만 중국에 대한 경고도 담겼던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 담화는 또 "이런 나라들"이 키 리졸브 등 한미합동 군사연습과 같은 "대규모 핵전쟁연습이 조선반도의 종심 깊이에서 감행되고 있을 때는 침묵"하다가 북한이 "자위적 조치로 실시한 핵시험에 대해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입을 모아 떠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핵실험 후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북한을 강력 비난하는 언행을 보인 데 대한 불만의 표시이자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북 제재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견제구인 셈이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에 대해 중국은 결사 반대한다"며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정세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중단하며 6자회담의 궤도로 돌아와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6월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중국의 2인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도 방중한 이상희 국방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해 "중국의 원칙과 국가 이익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중국은 많은 우려와 함께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이러한 점들로 미뤄 중국은 이번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도 이상희 장관과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견결히 반대하며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중국 최고위층이 한국 국방장관과 면담에서 북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 북한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희옥 교수는 "북한은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해 명확한 태도 설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 입장에서 접경국이고 동맹인 북한을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강경한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하고 대북지원을 끊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북중간 국경분쟁 등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양자택일 요구가 부담스러울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이 2006년 대북 결의 채택에 이어 최근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외교부가 주도한 것에 대해 공산당쪽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 내부적으로 당분간 북한 문제로 인해 고심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최근 한 모임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우리에게 남남갈등이 있듯이 중국도 '중중갈등'이 있다"며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중시하는 '전통파'와 국제사회내 중국의 위상을 중시하는 '전략파'가 대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도 북한의 핵실험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한 비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북한은 러시아를 향해서도 '북한이냐 국제사회'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한 셈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담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나올 추가 결의안에서 제재의 강도와 수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한 견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강한 비판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 다른 관련국들에 냉정한 대처를 촉구하고 6자회담 개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6자회담 복귀와 제재 감수의 양자택일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북.중간 줄다리기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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