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레이더] "SRI투자, 虎視牛步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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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3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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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

금융위기로 전통적ㆍ안정적 투자로 회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는 상품이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다. SRI펀드는 기업에서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ㆍ사회책임ㆍ지배구조(ESG)에 비중을 두고 지속성장가능성을 검토해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국내 SRI펀드는 2005년 말 본격 출시돼 2007년 하반기까지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정체기를 경험하고 있다. SRI펀드는 처음 도입됐을 때 기업 ESG 개선 속도를 높여 선순환 구도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금융위기로 점차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SRI지수 개발 같은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되지 못 했기 때문이다.

SRI펀드도 일반주식형펀드처럼 편입종목에 따라 큰 성과 편차를 나타낸다. 문제는 편입종목이 지닌 성격이다. SRI펀드가 편입대상으로 삼는 종목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다. 지속가능보고서 제공과 사회공헌 정도를 감안해 선별 투자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 현재 외부 전문기관이 ESG 요소를 1차 스크리닝한 뒤 이 결과에 따라 편입종목이 결정된다. 이때 운용사 내부에 SRI 전문 애널리스트나 운용역이 없으면 재무적 요소가 더 많이 반영돼 펀드가 가져야 할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SRI펀드가 신뢰성을 유지하려면 운용사도 신념과 투자기준을 가져야 한다.

SRI펀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장기투자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JSI) 성과를 보면 장기로 갈수록 비교지수와 격차가 커지고 있다. SRI펀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추구에 적합하다는 이야기다. 반면 국내 SRI펀드는 세계 선진시장에 비해 증시 변동성이 크고 테마ㆍ섹터에 따른 장세 변화도 극명해 큰 수익 편차를 나타내 왔다. 따라서 SRI펀드는 투자기간을 상대적으로 길게 가져가야 한다. 과거 성과와 편입 섹터ㆍ테마에 대한 검토를 통한 펀드 선택이 향후 성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SRI펀드는 투자대상을 결정할 때 중요한 판단자료 가운데 하나로 지속가능보고서를 활용한다.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업이 ESG 요소를 취합해 발간하는 백서다. 유엔 산하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에 따르면 GRI 보고서를 발간하는 국내ㆍ외 기업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DJSI 글로벌ㆍ아시아에 들어간 국내 기업은 모두 7개다. 국내 기업은 GRI보고서 발간으로 세계적인 사회책임경영 리딩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국내 기업은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에 여전히 소극적인 편이다. 이 때문에 SRI펀드가 투자대상으로 삼을 만한 기업 수도 제한돼 있다.

이런 열악한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SRI펀드 도입 단계부터 요구돼 온 것이 바로 SRI지수다. 국내 SRI 시장 발전과 다양한 상품개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 ESG 요소를 합리적으로 반영한 SRI지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는 10월 DJSI 코리아와 한국거래소가 SRI지수를 처음으로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런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SRI지수에 들어가는 기업은 세계 수준에 부합하는 신뢰성과 객관성을 갖춘 것으로 간주돼 국내 주식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SRI펀드를 고를 때 1차 기준은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관심과 의지이고 2차 기준은 투자기간이다. SRI펀드는 지속가능기업이 지닌 장기적 성장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다. 이런 성격에 가장 적합한 상품은 바로 연금 형태를 가진 펀드다. 국내 증시에서 큰손인 국민연금은 아직 SRI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지 않지만 오는 7월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 가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은 투자원칙에 PRI 6대원칙을 적극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SRI펀드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로 분류돼 연금펀드와 어린이펀드처럼 장기성장에 초점을 둔 펀드가 주목할 것으로 기대된다.

PRI 가입과 SRI지수 도입, 지속가능보고서 발간기업 확대로 SRI펀드는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기반 확대는 시장 체질개선을 동반하는 부분이라 장기적ㆍ점진적 변화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기간을 장기로 잡고 거치식보단 주가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RI펀드는 속도와 높이가 최고 선인 펀드시장에서 원칙과 소신으로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아무리 긍정적인 의도를 강조해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이미 펀드로서 기본을 놓친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SRI펀드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SRI펀드 투자는 뚜렷한 사회책임투자 기준을 가진 펀드를 선별해 소 걸음으로 만리를 가듯 더디지만 꾸준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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