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회사가 왜 망하지?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GM은 한 때 미국 자동차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수십년간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군림했다. GM의 몰락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 보면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게 된 건 우연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GM의 파산 가능성은 오래 전부터 점쳐졌고 가능성이 현실화된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홀가분하다며 급등세를 연출했다.

경영학자 개리 해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로그인 '개리 해멀의 매니지먼트2.0'에서 "GM은 절벽에서 뛰어내린 게 아니다"라며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워대는 골초처럼 오랫동안 조금씩 스스로를 파괴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GM이 속임수로 가려진 품질과 열악한 노동 환경, 일관성 없는 브랜드 정체성, 협력업체들과의 적대적인 관계 등 고질적인 병폐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익을 내는 일을 한판 도박으로 여겼으며 기술을 쌓기보다는 숫자 놀음에만 집착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GM은 향후 100년 동안 업계를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던 릭 왜고너 전 GM 회장의 말은 공수표가 됐고 지난 3월 그 역시 회장직에서 내쫓겼다.

해멀은 또 101년의 역사를 가진 GM이 전성기 이후 40년간 줄곧 정체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보레말리부'와 '코베트ZR1' '뷰익인클레이브' 캐딜락CTS-V' 등 빼어난 자동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어쩌다 궤도를 이탈한 데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는 얘기다.

해멀은 GM처럼 처음부터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출발한 기업은 한동안 관성으로 달려 나갈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타성에 젖어 결국 추진력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업은 GM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파산하며 세계 금융위기의 신호탄을 쏜 리먼브라더스를 비롯해 고액 연봉으로 부러움을 사던 월가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휘청이고 있다. 모토로라 역시 한 때 전 세계 휴대전화시장을 주름잡았지만 신모델 가뭄과 수익 급감으로 고전하고 있고 필름 메이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밖에 광고 수익 급감으로 추가 감원에 나선 뉴욕타임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유나이티드에어라인스, GM에 앞서 파산한 크라이슬러도 남부러울 게 없던 기업들이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들이 왜 망가지는 걸까. 해멀은 우선 '중력'에 그 책임을 돌렸다. 그리고 기업이 쇠락의 길로 이끌리도록 하는 3가지 법칙을 꼽았다.

첫번째는 '다수의 법칙'이다. 기업의 몸집이 크면 클수록 성장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도 기업들은 덩치를 중시하며 몸집 불리기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평균의 법칙'이다. 불어난 몸집을 유지하려면 중간은 해야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평균에 미치지 못한 기업은 뒷걸음치다 몰락할 수밖에 없다.

세번째는 '수확체감의 법칙'이다. 기업들이 수익 증대를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되면 수익 증가세는 둔화되다 감소세로 방향을 틀게 된다는 것이다.

해멀은 또 경영전략 역시 사람처럼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좋은 전략으로 무장한 기업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략의 사망 원인은 간단하다. 좋은 전략은 다른 기업이 복제 할 수 있다는 것. 도저히 모방이 불가능해 보이는 전략이라면 탐내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수고를 통해 가져다 쓰기가 오히려 쉬워질 수 있다.

또 인터넷의 발달로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늘어나 고도의 수익 창출 전략도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업계를 훤히 꿰고 있는 소비자들이 마진을 더 남기려는 기업을 두고 볼리 없다.

이와 함께 해멀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기업도 방향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규제나 기술 장벽, 유통망 독점 등 외부 돌발변수에 따른 충격을 막아 줄 든든한 성채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략의 수명도 훨씬 짧아졌고 단지 품질이나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도 저물었다. 하지만 애초에 뭔가 하나만 잘 하도록 만들어진 대부분의 기업은 변화에 익숙지 않다.

해멀은 기업을 일신하려면 변화가 요구되기 이전에 뿌리부터 다시 심고 새 줄기를 뻗어내라고 강조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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