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조치 위한 포석 아니냐"...정부, 거시적 방한일 뿐 '일축'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한 미국 정부 합동대표단이 2일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순방(한·중·일·러 순방)에 나섬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순방을 놓고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 등 강력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정부는 거시적 방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미국 대표단은 일본순방에 이어 2일 오후 방한했다. 미 대표단은 3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 오찬을 함께 하고 권종락 외교부 1차관 및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과도 만나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한 대책과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표단에는 미 국무부의 실질적 살림꾼인 스타인버그 장관뿐만 아니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 월러스 그렉슨 국방부 아태차관보,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 북핵문제와 직접 관련된 인사들로 구성돼 ‘최강드림팀’이 꾸려졌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대표단에 레비 차관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신설한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직을 맡은 이후 '불량국가'들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확산을 막기 위한 '자금줄 차단' 임무를 수행했다.
또 2005년 부시 행정부 시절 북한의 계좌 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BDA(방코델타아시아)사태'를 주도해 당시 BDA에 있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가 묶였다. 이 때문에 미국이 과거 'BDA사태'처럼 독자적인 금융제재를 준비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달 25일 북핵실험 이후 "모든 옵션들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고 미 재무부 관계자도 대북 추가 금융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미 대표단의 순방은 관계국들과 북한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최근 일련의 도발에 대한 대책과 북한 문제에 대한 거시적 차원의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순방이 미국의 독자제재안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6자 참가국들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귀결되는 단기 대처방안을 조율하고 향후 비핵화 등을 위한 중장기 대처방안의 기초 마련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순방은 강력하고 단결된 유엔 안보리 차원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표단은 방한에 앞서 일본을 방문, 야부나카 미토지 외무성 사무차관 등 일본 외무성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미국은 일본과 함께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 관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의 협력 없이 금융 제재가 실패할 가능성이 커 직접 순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해외금융 계좌는 상당수가 중국 본토 및 마카오와 홍콩의 중국계 은행에 집중돼 있어 중국의 도움 없이는 제재효과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종합적으로 구성된 이번 미 정부대표단의 순방은 그 자체가 갖는 정치적 함의나 중량감이 있다"며 "북한 핵실험이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동북아 지역에 초래하는 전반적인 의미를 보고 금융·정보·합참 등 각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대처하는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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