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윤활유 - 진솔한 휴머니즘을 통한 치유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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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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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정,I thought about you,2009,oil on canvas,240x200cm
국제갤러리

말을 타고 숲 속을 거니는 표정 없는 여인, 구부정하게 둘러 앉아 바둑돌을 움직이는 사내들, 그리고 금세 바람에라도 날릴 듯 떠도는 나비 한 마리.

소박한 작품 속에 담긴 순수한 정서는 한 줄기 화사한 바람처럼 마음으로 다가온다. 작가에게 그림이란 세월에 대한 덧없음도, 욕심도, 실망과 좌절도 모두 진정시키고 마음에 덧칠해진 색깔을 한 겹씩 벗겨내는 작업이다. 러시아 화가 칸딘스키는 “작가의 눈은 자기 개인의 내적 세계로 뜨여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갤러리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샌정의 개인전 ‘wildwood air'에서는 화폭마다 한 명의의 여성이 새초롬한 연두빛으로 등장한다. 작가가 화면에 덧입히는 색의 방식은 붓질의 얼룩을 연상시키는 듯 얇게 뭉개져있다. 먼저 깔아 놓은 보색을 살짝 비치게 한 투명한 색감은 한층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그 가운데 한 여인이 서 있다. 'I thought about you' 작품에서의 여인은 홀연히 호숫가를 응시하고 있다.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은 화면의 숲이 어우러진 적막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미술비평가 유진상은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메마른 가슴’이 아닌 ’숲이 우거진 마음‘으로 보게 된다”고 평했다.

갤러리 이즈에서 9일까지 진행되는 들풀 장용길의 ‘세상사는 사람, 사람들’ 전에는 넉넉한 휴머니즘이 담겨있다. 화면에 두텁게 쌓아 올린 색감들은 푸근한 느낌을 전달한다.

‘겨울로 가는 노인’에서는 머리가 하얀 노인이 연탄을 들고 눈이 흩날리는 풍경을 거닌다. 노인의 기울어지지 않는 담담한 발걸음에는 삶에 대한 관조가 묻어난다. 거기에는 삶의 환희를 찾아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서글프지만도 않다. 그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순환하는 세월의 흔적이 가치 있게 마음으로 다가올 뿐이다.

미술평론가 장준석은 “장용길의 그림은 인간 본연의 모습과 향기를 담고 있어 마음의 고향을 그리는 현대인을 포근하게 달래준다”고 풀이한다.

백송갤러리에서 오는 9일까지 열리는 강구철의 개인전은 무수한 흔적과 자국을 통해 점토의 표면이 감춤과 드러냄을 반복하며 본연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색’이라는 동일한 이름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노랑 분홍 초록 은빛 등의 색상으로 구성돼 따뜻한 느낌을 낸다. 두꺼운 백색의 지점토에 색을 입혀 반복적으로 접착시켰다가 파내거나 긁어내 숨겨져 있던 색채들을 형상화시키는 기법이 사용됐다. 작가는 봄이 되면 흙을 뚫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새싹과 나비를 꼭꼭 숨겨두었던 초록색이 굳어져 있다 표면 위로 올라오는 것으로 그려냈다. 보는 이의 마음의 덧문도 한 겹씩 벗겨지는 느낌이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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