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월 25일 오전 제2차 핵실험을 전격 실시했다.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 중에서도 북한 핵무기 개발의 기술적 문제 해결 필요성, 김정일 건강이상 이후 비핵화에 부정적인 북한 군부의 영향력 증대,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 김정일의 후계자의 지도력 과시 필요성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2006년 10월 북한은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당초 TNT 4킬로톤의 폭발력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0.8킬로톤 정도의 폭발력밖에 보이지 못했다. 그 같은 이유 때문에 당시 북한 외부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내부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폭발력 때문에 기술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제2차 핵실험의 폭발력에 대해서는 국가와 전문가마다 큰 차이가 있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제1차 핵실험 때보다 현저하게 폭발력을 향상시켰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미국이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된 핵폭탄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해도 북한이 이번에 비로소 위협적인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작년 8월 김정일 총비서가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게 되면서 비핵화에 부정적인 북한 군부의 영향력이 증대되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건강이상 이후 외부세계에서 북한 급변사태론이 급격하게 확산되었고, 특히 한국과 미국 국방부가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 수립에 대해 언급하면서 북한 군부의 안보 위기의식이 극도로 심화되었다.
특히 북한의 대남 태도는 올해 들어 더욱 강경해져 지난 1월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가 대결을 선택했다면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시기 위한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대외문제에 대해 군부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북한은 현재 핵포기보다 핵보유라는 선택에 크게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지난 4월 5일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 다시 말해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가 북한 군부에게 핵실험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로켓 발사 시기와 동해 및 태평양의 궤도 좌표를 국제해사기구(IMO)에 미리 통보하면서 이를 미국 측에도 별도로 공지했다. 그리고 4월 5일 로켓 발사 전 발사 시간을 미국 측에 알려 이번 로켓 발사가 결코 대미 공격적 성격을 띠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인공위성 발사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이 거의 같으므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간주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 내용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넷째, 작년 8월 이후 김정일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으로 후계자의 지도체계 수립에 착수하면서 후계자로 내정된 3남 김정운이 대내외적으로 ‘대담성’과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번 핵실험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 김정일의 건강 불안정으로 인해 핵 포기보다는 핵보유의 방향에 더욱 기울어져 있다. 그러므로 향후 한.미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더욱 대담한 접근(bold approach)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부시 미 행정부가 했던 방식처럼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으면서 핵문제를 진전시키는 접근을 취한다면 핵문제 해결에 10년이 걸릴지 그 이상의 기간의 소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정일의 건강이상 때문에라도 조만간 핵포기와 핵보유 중 양자택일의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한이 그 같은 저속도의 협상 방식을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한.미는 북한의 핵 포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완료 목표 시점을 2011년 말이나 2012년 초 등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점에 맞추어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대결단에 의해 북핵 문제를 진전시키는 ‘대담한 접근’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만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계속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 정책을 취한다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북한은 핵보유의 방향으로 더욱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능력이 커지는 만큼 핵포기를 이끌어내는 데에 더욱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 행정부는 과거보다 더 큰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비핵화 협상을 가까운 미래에 마무리 짓기 위한 대협상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비핵화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것이 대이란 정책 등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는 북한이 핵 포기 시 누리게 될 혜택과 핵보유를 고집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리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하는 것보다 핵을 포기하는 것이 체제생존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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