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일부 보험가입자들은 권리찾기 투쟁의 일환으로 보험사를 상대로 집단민원을 준비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한생명 보험가입자 수십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민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김씨는 얼마전 대한생명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해 자필서명이 없었다는 이유로 보험 무효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연히 납입원금과 보험 가입기간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씨는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대한생명 측이 보험 무효에는 동의했지만 이자를 포기해야 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과실로 보험 계약이 무효화될 경우, 원금에 대해 약관대출 금리를 적용한 이자를 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생명의 변액유니버셜 보험에 가입해 30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납입한 김씨는 이자를 포기하라는 회사의 요구에 대해 '울며 겨자먹기'로 원금이라도 건질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정씨 역시 대한생명의 변액종신보험과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이 아닌 적금이라는 설명만 들었다.
정씨가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만 5000만원이 넘는다. 그는 "보험사와의 투쟁을 위해 보험공부를 하다보니 이제 나도 준전문가 수준이 다됐다"면서 "명백한 불완전판매에 해당하지만 회사측은 보험 무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변의 아는 지인들 중에도 자필미필은 물론 불완전판매, 명의 도용 등 갖가지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을 통해 수십여명이 집단민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해당 보험사는 물론 금융감독원에 집단민원을 신청할 것"이라면서 "안타까운 것은 금융당국이 소비자들의 편이라기보다는 업계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험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상당수의 보험가입자들이 금감원에 상담했을 때 불성실한 답변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시 집단민원을 준비하고 있는 이씨는 "금감원에 민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자 대한생명 담당자가 어느 날 '금감원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소개해도 되겠느냐'라고 빈정거리더라"면서 "업계 담당자가 무서워야할 곳이 금융당국인데 마치 동료로서 같은 입장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액보험과 관련된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다 인터넷의 발달로 일반 소비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보험사를 상대로 한 민원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집단민원과 집단소송이 이어질 경우, 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국장은 "집단민원이 본격화하면 보험업계에 상당한 여파가 있을 수 있다"면서 "변액보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민원은 업계에 대한 소비자 불만 폭발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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