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천실일 구속영장 기각...검찰 수사 동력 상실
야권 검찰 수뇌부 및 중수부 교체 촉구...임채진 사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과잉수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 가까스로 검찰은 지난달 31일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재개했으나 ‘살아있는 권력’을 단죄하겠다며 던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되면서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기각 다음날인 3일 임채진 검찰총장이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야권의 ‘책임론’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검찰내 대대적 물갈이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천 회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형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후 “천 회장이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 등에게 청탁한 사실은 소명됐으나 그 대가로 중국 베이징에서 15만 위안(2500만원)을 받았다는 점과 박 전 회장의 회사에 투자한 6억2300만원을 돌려받지 않았다는 점은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세포탈 혐의는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권거래법 위반 부분은 소명이 있다고 인정되지만 범행의 정도와 동기 등을 참작할 때 비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초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론에 맞서 천 회장을 단죄하면서 역풍을 피해가려 했다. 이 대통령의 후원자인 천 회장으로 구속함으로써 편파 수사의 논란을 잠재우고 ‘부패척결’의 기치를 내세울 계획이었으나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후폭풍은 곧바로 이어졌다. 임 총장이 법원 결정 다음날 바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임 총장은 이날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을 갖춘 바른 수사, 정치적 편파 논란이 없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한 단계 높이려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사과했다.
문제는 임 총장이 사퇴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특검카드를 꺼내들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압박하고 있다. 천 회장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은 검찰의 편파성을 증명해주는 만큼 더 이상 검찰에 이번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이유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검찰 스스로 수사의 정당성, 당위성을 말하지만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만큼 이제는 깨끗이 수사를 중단하고 모든 것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박주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보복 진상조사 특위’를 출범시켜 검찰개혁 논의를 가속화하면서 인적 쇄신론도 전방위로 제기할 방침이어서 김경한 법무부장관에 대한 사퇴론, 중수부 수사팀 교체 여론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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