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3일 일부 계열사에 대해 투자목적회사 설립을 통한 지분매각을 발표함에 따라 현금 확보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이번 구조조정은 무엇보다 미국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밥캣 인수 이후 두산이 겪어온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는데 목적이 있다.
두산은 지난 2007년 밥캣 인수 이후 갑작스런 미국 경제위기로 채권단과 협의한 '에비타'(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전 영업이익)비율 7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이 비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두산은 현금으로 부족분을 채워넣어야 하고, 계속되는 적자에 증자 필요성이 커져왔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지분 매각을 비롯해 계열사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매각까지 이뤄지진 않았지만, 두산 DTS와 SRS코리아, 삼화왕관 등 3개사와 KAI 지분이 두산과 사모펀드가 각각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51대49의 비율로 팔리면서 두산 입장에선 일단 필요한 현금은 충분히 확보한 셈이다.
총 매각비용 7천800억원 중 두산의 순 출자액은 1천300억원에 불과한데다, 채권단과 직접 관계된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DTS와 KAI지분 매각액 6천300억원을 고스란히 확보해 전액을 밥캣 유상증자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로선 채권단에 올해말까지 약속한 10억달러 중 잔여분 7억2천만달러 유상증자목표가 무난히 달성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경기가 좋지않아 계열사 매각이 여의치 않자,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경영권은 유지한 채 일부 지분만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고도의 신종 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전형적 편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5년내 매각' 단서가 붙은 만큼 당장 필요한 현금은 확보하면서 매각절차는 여유있게 추진하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일단 급한 불은 끄고, 시장 상황을 봐가며 비싼 값에 해당 기업은 매각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사모투자펀드(PEF)들이 풋백옵션 등 조건없이, 3년 경과후 한쪽이 지분매각을 원할 경우 매각에 동참해야 한다는 '드래그 얼롱(Drag along)' 조항만을 조건으로 투자에 참여한 점도 이례적이다. 이들 사모펀드는 모두 국내 기관투자자들로 구성됐다.
미래에셋PEF와 IMM 프라이빗이쿼티는 이날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일체의 이면계약은 없다"면서 "회사 인수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있지만, 관련 업종에서 상당기간 일한 분들이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김동양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외부 매각이 가장 좋지만, 차선으로서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며 "두산그룹 입장에서도 기존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여유자금에 대한 투자처가 필요했고, 매각을 전제로 특수목적회사를 만든 만큼 더 긍정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5년내 매각' 조항이 헐값매각 등으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두산 이상하 전무는 이와 관련, "두산 DST는 방위회사로서 수주가 대부분이고, KAI도 마찬가지다.
SRS나 삼화왕관의 경우 현금흐름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상황이 안좋아질 가능성은 없다"면서 "향후 상황이 개선된다면 더 좋은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고, 두산 입장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또 "두산 입장에서 테프팩과 주류부문 매각으로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투자기회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외부 차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이미 배타적 확약서(LOC)가 확보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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