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해 온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2조원 넘게 부풀려졌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 매매 동향에서 현물을 사들인 규모만 잡힐 뿐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해 팔아치운 물량은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를 감안하더라도 외국인이 연초부터 지금까지 누적 순매수한 규모가 8조원에 달해 시장을 크게 왜곡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3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0조4748억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기관은 1조1334억원 순매도하며 시장을 관망해 왔다.
문제는 ETF 매매를 포함할 경우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8조원까지 뚝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외국인 매수 기조를 바탕으로 한 증시 낙관론도 수정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물 주식을 매수한 뒤 ETF를 통해 투신권에 매도한 부분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외국인 매도 물량이 투신 매도 물량으로 잘못 집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통계상 왜곡에 따른 물량은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따라서 외국인이 올해 들어 실제 매수한 물량은 8조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외국인 매매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게 증권가에서 지배적인 의견이다.
유새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통계상 왜곡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이 3월부터 지금까지 상승장을 이끌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외국인이 주로 사들인 전기전자, 철강, 건설, 금융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유 연구원은 "북한 핵실험 소식에도 외국인이 매수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달러 약세로 이런 기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외국인은 5년만에 최장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까지 1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296억원 누적 순매수했다.
이는 2004년 3~4월에 걸쳐 1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5년 2개월만에 처음이다.
업종별로 보면 외국인은 금융(356억원), 유통(329억원), 철강금속(223억원), 통신(219억원) 업종을 사들인 반면 화학(-553억원), 서비스(-105억원) 업종을 팔았다.
종목별로는 SK텔레콤, SK네트웍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아시아나항공에 매수가 몰렸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가 급등으로 외국인이 매수 규모를 다소 줄이긴 했지만 한국 관련 펀드에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유동성을 바탕으로 금융ㆍ건설 업종을 추가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현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순매수는 묻지마 투자가 아닌 기업실적에 바탕을 둔 의미 있는 현상"이라며 "실제 1분기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를 포함한 국내 주요기업은 해외 경쟁사 대비 두드러진 실적을 거뒀다"고 전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