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무역수지 흑자 51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4개월째 흑자를 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엄청난 선방일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게 된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진 흑자는 원자재 수입 등을 통해 제조업 등의 활발한 경제 활동에 의한 수출 증대에서 나온 흑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나타난 흑자이다. 이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이다. 5월 수출은 지난해 동월대비 28% 줄어든 데 비해 수입은 40%나 감소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석유제품과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다. 기계, 반도체, 유화를 비롯한 주력 수출품도 거의 힘을 못 쓰고 있다.
여기에 유가마저 북핵문제 등 국제사회의 불안으로 5일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찍는 등 고유가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한때 떨어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유가마저 들썩이고 있어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있다
여기에 환율도 이제 우리 경제 우군이 되지 못하고 있다. 원 달러 환율도 1240원대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원화 값이 떨어지는 걸 용인함으로써 수출을 늘릴 수 있었으나 이제 그런 단순한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수출만 믿고 절름발이 성장을 이어가려 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내수를 살려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불황형 흑자를 바람직한 흑자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내수 진작이 시급한 과제다. 먼저 기업이 살기 위해 닫힌 지갑을 열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내수가 살아나야 기업도 활기를 찾고 여기서 수출로 이어지는 것이 경제의 기본일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제 대외무역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문제이다. 내수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 하는데 그 것도 그렇게 쉽지만 않다”며 “서비스업 등을 활성화 시켜야한다”고 말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내수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하는 정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의료와 교육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과감히 깨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대폭 늘려야 한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노래처럼 해온 서비스 산업 육성을 제대로 한번 밀어줘야 할 때이다.
지난 4월 무역수지 흑자 57억 달러에 이어 5월 51억 달러를 보임에 따라 수출 추이도 지난4월을 고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2월 이후 자본재 수입이 작년보다 30% 가까이 줄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설비투자 수요가 줄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탄력적인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결국 최근 무역흑자 기조를 경기 회복 청신호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지금부터라도 불황형 흑자에 가려져 있는 경제 불안 요인들을 찾아내야 한다. 민간연구소 등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최근의 환율의 추세와 불안한 유가 움직임을 볼 때 8월∼9월이면 수익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 장관이 지난 3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원화가치 상승(환율), 고유가, 수출하락 등 소위 3대 악재가 하반기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방안을 강구하라는 주문을 내놓은 것도 여기 있다.
최근 OECD 등은 V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추켜세운 반면 우리정부는 수출위기나 원화강세 등으로 인해 L자형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수출에 대한 우려 때문 일 것이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에 금융·기업들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대해진 조직의 군살을 빼 는 등 자기자본을 문제를 개선했다. 따라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한쪽에 치우친 경제 구조를 바꾸는 기회로 삼는 문제를 검토할 때 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양규현 기자 to6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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