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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역풍' 박연차게이트 수사 끝내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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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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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이 확산하면서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동력을 상실한 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강력한 역풍을 맞은 중수부호가 격랑에 휩싸이면서 암초에 부딪히고 급기야 선장까지 잃고 표류하게 되자 당초 목표로 삼았던 지점까지 나가지 못한 채 항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실제로 중수부는 수사를 더 끌고 갈만한 동력(動力)이 소진됐다고 보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는 일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서둘러 마치고 이르면 12일께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중수부가 부패의 고리를 끝까지 추적해 비위 연루자는 성역 없이 엄하게 다스린다는 애초 의지를 접고 수사를 서둘러 끝내기로 한 데는 사령탑을 상실한 상태에서 가해지는 검찰 외부의 거센 압박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서거하고 그 여파로 정치권과 교수사회, 시민단체 등에서 `검찰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마당에 수사를 총지휘했던 검찰총수가 퇴임함으로써 사면초가의 위기를 돌파할 여력이 전혀 없게 됐다는 상황론이 수사 중단의 배경인 셈이다.

핵심 증인인 박 전 회장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참고인마저 소환에 불응하는 점도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짓는 선택을 결심하게 된 요인이다.

특히 옛 여권만 겨냥한 편파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고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공을 들였던 것으로 보이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도 수사의 조기 종결에 한몫했다.

중수부의 수사 조기 종결 방침에 따라 박 전 회장과 돈거래 의혹이 있는 정ㆍ관계. 기업인 등에 대한 대대적인 소환조사를 하겠다던 수사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박 전 회장과 의심스러운 돈거래를 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주말인 지난 6일, 또 박 전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은 부산고법 박모 부장판사를 휴일인 7일 잇따라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도 끝내기 수순의 일환이다.

검찰은 이번주 김태호 경남도지사 등 일부만 부르는 선에서 소환조사를 마치고서 그동안 조사했던 정·관계 인사들과 함께 일괄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수사가 종료되면 처벌받는 인원은 전체적으로 20명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상당수는 불법자금 수수 단서가 포착됐지만, 액수가 적거나 대가성이 없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처벌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악취가 진동하는데도 수사의 한계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인사가 다수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참고인 등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금품 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일부 정치인 등은 아예 소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대형 비리를 둘러싼 진실은 영원히 역사 속에 묻힐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후원자인 박 전 회장, 고교동창 정화삼씨 등을 구속하고서 올해 3월17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출항했던 중수부호는 항해 도중에 암초를 만나 만신창이 상태로 좌초돼 이번 수사를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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