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훈의 B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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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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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훈의 Book&Talk
상처 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저/ 다산초당

“옥문이란 곧 여자의 음경(여성의 생식기)이다. 여자는 음이고 그 빛은 흰데 흰빛은 서쪽을 뜻한다. (중략) 남근이 여근에 들어가면 죽는 법이다.”

이 말을 들은 여러 신하들은 왕의 예지에 탄복했다. 이 이야기는 일연의 ‘삼국유사’가 그 출처다. 그러니 뻥 냄새가 심해서 차마 믿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역사서인 ‘삼국사기’에 상세히 전하는 실화라고 한다면 당신은 이제 어쩌겠는가. 믿거나 말거나를 따지진 않겠다.

여기서 왕은 고구려의 왕이 아니다. 백제의 왕도 아니다. 삼국 중 신라의 27대 선덕여왕을 말함이다. 왜? 지금에 와서 선덕여왕이 우리 사회에 불현듯 회자되며 유행되는 걸까. MBC 드라마 선덕여왕 방영 탓일까.

선덕여왕과 관련된 책들이 서점가에 연일 봇물처럼 쏟아지는 추세다. 추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소설이다. 나머지는 비소설이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여타 책과는 다른 관점으로 선덕여왕을 조명하려는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또 조명이 그저 재미로 선덕의 사랑이나 질투 혹은 치세와 권력투쟁에만 이야기를 허구로 나열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사료를 바탕으로 선덕. 즉, 덕만공주의 탄생부터 죽음-김유신과 김춘추 세력에 의해 실각되었을 가능성-까지, 자칫 안개 속에 가려질법한 역사의 비밀을 치밀하게 고증을 들이대며 파헤치고 있다.

이 점이 비소설이되 읽는 재미를 묘하게 선사한다. 책은 한마디로 선덕여왕을 화려하게 포장하지는 않았다. 이 점이 단연 압권이다. 돋보인다. 그래서 그랬던가. 선덕여왕이 있는 그대로 ‘상처 입은 봉황’으로 온전하게 그려졌지 싶다. 이뿐만 아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선덕여왕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독자를 상세히 안내한다. 

왜? 이제야 선덕여왕을 새삼 찾는 것인가. 어느 역학자가 말하길, 하원갑자(1984∼2043)는 여성이 지배하는 시대란다. 이 때문에 운명이 그저 시킨 걸까. 아니면 선덕여왕이 치세하던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복사되는 안타까운 현실 탓일까.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유독 ‘선덕여왕은 선대 법흥왕, 진흥왕, 진평왕이 구사했던 영토 확장 중심의 통치 스타일을 바꾸어 국태민안, 즉 나라를 편안하게 하고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188쪽)는 구절이 눈에 확 띈다.

나는 정치엔 관심이 없다. 그러나 한국 최초,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날이 이제 멀지 않았다 것은 짐작이 아니라 감히 확신한다. 부디 그가 ‘선덕’의 모습이길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내 가슴을 촉촉이 적셨던 저자의 메시지를 찾아 그대로 옮긴다. 

“선덕여왕 시대에 많은 불사를 일으켰던 이유 중 하나는 불교 인력의 효율적인 군사화를 노렸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선덕여왕이 국가를 위한 마지막 최선책으로 사찰을 지었다 함은 개인의 치병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여왕의 무력함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불교를 통해 민중을 깨우치고(교육), 시장을 활성화하며(경제), 유사시에는 국가를 위해 나아갈 승병을 키워(국방) 신라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 가기 위함이었다.”(193쪽)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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