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제한 '공감'...靑 국면전환 카드 '만지작'
개헌 논의가 또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모든 권한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론이 증폭돼서다.
특히 정치권에선 단순 개헌논의를 넘어 이원집정부제 등 구체적인 권력구조 대안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범국민대회 등이 ‘생산적인 개헌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며 권력분점, 감사원의 국회 산하기구화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개헌론에 본격적인 불지피기를 시작했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10일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가장 이상적인 권력구조”라며 “권력분점을 통해 국정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보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내각제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여기에 여야 의원 186명으로 구성된 미래한국헌법연구회도 지난해부터 매주 한 차례 개헌 세미나를 열고 있어 개헌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당초 조기레임덕을 우려해 개헌논의 자체를 금기시했던 청와대도 노 전 대통령 서기 이후에 가속화되고 있는 민심이반 현상을 막기 위한 ‘국민전환용’으로 개헌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논의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이라면서도 “권력분점 등을 국민이 원한다면 그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정치권은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안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모든 것을 얻거나 잃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게임”이라며 “(선거에서) 좀 지더라도 다른 기회가 있도록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제도는) 프랑스에서 실행중이며, 대통령은 직접 선거로 뽑고 총리는 국회에서 뽑아서 권력을 나누면 지금 같은 치열한 싸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잘못된 통치구조 때문이라고 한다”며 “제헌절을 계기로 통치구조를 논의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양당 원내사령탑이 개헌논의에 대해 찬성하면서 당초 10월 재보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논의가 이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입법부를 총괄하는 김형오 국회의장도 1일 국회 기관장회의에서 “다시는 이 땅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데 모두가 깊이 생각하고 논의해야만 한다”며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개헌 추진의사를 사실상 밝혔다.
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7월 최종 연구결과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한국형 권력분점제 등 2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5년 단임제가 지속되는 한 사생결단식 대선이 이어질 것이고 정권 교체 후 이뤄지는 권력형 비리 수사가 ‘정치적 보복’ 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통령과 총리, 행정부와 의회가 권력을 분담하는 권력구조 전환을 제시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개헌논의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력을 분점하는 데 있다”며 “대통령이 행사하는 인사권을 총리나 의회에 일정부분 넘길 필요가 있고, 감사원도 국회 산하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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