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동차 업계 상생의 길은 노사문제부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08-04 09:2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 부장
미국 자동차노조(UAW)가 오는 2015년까지 무파업을 선언했다는 신선한 보도가 최근에 있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UAW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GM과 크라이슬러를 대상으로 파업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나왔을 때 우리나라 쌍용차는 요동을 치고 있었다. 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하며 행동에 나섰고 회사측은 즉각 직장을 폐쇄했다. 노조의 파업에 직장 폐쇄로 맞선 것이다. 그러면서 공권력의 투입도 요청했다. 브레이크 풀린 쌍용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연상까지 들었다.

"같은 산업인데도 어려운 상황을 풀어나가는 양국 노조의 대처방법이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미국 자동차 노조와 우리 노조의 너무 다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미국 자동차 노조가 현명한 모습을 보인데 비해 우리 쌍용 자동차 노조는 무모할 정도로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누가 더 회사를 사랑하는 것인지는 유치원 어린이도 다 알 것이다.

지금은 세계 자동차 업계가 판을 다시 짜고 있는 시기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국의 GM이다. 미국의 자존심이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의 골리앗과 같았던 GM이 파산 위기를 맞았고, 결국 정부에서 수백억 달러를 지원해 겨우 살아남게 되었다.  GM은 정부가 70%의 지분을 소유해 국영기업이 됐다.

GM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생산 공장 가운데 경쟁력이 없는 것은 과감히 문을 닫고 캐딜락 등의 브랜드도 매각하게 된다. 2400여개에 달하는 딜러망도 정리해 몸집을 줄인다. 돈이 되는 공장을 모아 새로운 GM을 만들어 새로 태어난다.

GM이 지금은 어렵지만 미국 자동차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우선 가장 골칫거리였던 파업을 2015년까지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자동차 판매에 비해 지출이 훨씬 컸으나 이제 몸집을 줄여 알짜배기 공장만 남게 된다. 여기에 대주주가 정부로 바뀌어 자금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또 미국 자동차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GM이 새로운 GM으로 탄생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도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의 입지가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소형차 부문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결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업계가 다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GM이나 크라이슬러가 궁지에 몰린 것은 덩치가 큰 대형차 중심으로 생산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한국이나 일본 등은 소형차를 생산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고유가에 신음하는 미국인들이 값싸고 연비가 높은 차를 구매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연비가 높은 소형차를 본격 생산할 경우 우리 자동차 업계는 큰 강적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외국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자동차 시장의 완전개방을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자동차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노사문제다. 쌍용차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노조는 한계를 넘는 투쟁을 할 때가 많다. 한번 터졌다하면 엄청난 생산차질로 인한 수천억 원의 손실을 겪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은 연비 높은 차, 매연 적은 차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고유가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연비가 높지 않으면 이제 팔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덩치가 너무 작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차체가 너무 작지 않으면서 대신 연비가 높은 차를 내놔야 한다. 그게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가 살아남는 길이다.

차 업계는 더 나아가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개발에 나서야 한다. 물로 간다든지, 태양열 혹은 다른 대체 에너지를 이용해 움직이는 자동차가 나와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자동차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배기가스를 강력히 규제하기 때문에 청정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아니면 수출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GM 등 미국 자동차 업계의 새 판짜기를 보면서 좁은 땅에 현대ㆍ 기아ㆍ GM대우ㆍ 르노삼성ㆍ 쌍용 등 5개의 완성차 업체가 있다는 우리 현실을 생각해 본다.

이 기회에 정부의 주도로, 혹은 자동차 업계의 자율로 판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5개 업체가 좁은 시장에서 싸우기보다 2~3개 업체로 대형화해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규모가 작아서는 외국의 초대형 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 따라서 초대형 자동차 회사가 나오도록 할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