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단의 요청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일부 대기업그룹들이 보유중인 비핵심 계열사 매각에 착수하고 공기업 매각 작업도 고개를 드는 등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11일 금융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을 매물로 내놓은 동부메탈 매각을 위한 가격협상을 개시해 이달 중에 매각을 완료키로 했다. 이외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조선과 대한전선그룹 계열사인 트라이브랜즈, 한국렌탈 등의 매각 작업도 이르면 7월부터 속도를 낼 전망이다.
또 정부나 공기업이 지분을 보유중인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종합상사, 대우일렉트로닉스, 한국항공우주(KAI), 우리금융지주 등의 기업들의 지분 매각 움직임도 속속 가시화하거나 연내 개시될 전망이다.
◇ 대기업그룹, 계열사 매각 본격화
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은 지난 주 2~3차례 만나 동부메탈 매각 협상을 시작했다. 이들은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 실사기관을 선정하고 이번 주부터 내주까지 정밀실사를 하기로 했다.
다만 산업은행과 동부그룹 간 동부메탈 매각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협상 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밀실사를 통해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의 세부적인 부문을 점검하고 이달 말까지 가격 협상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다만 동부그룹 측은 작년 기준으로 가치를 매긴 반면 우리는 올 3월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해 양측이 내놓은 가격 격차가 있어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또 대주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조선에 대해 이르면 내달 초까지 출자전환 등의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완료한 뒤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손실과 지역·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기업으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며 "기업 매각은 투자를 원하는 재무적투자자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해 유상증자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신규 자금을 유치하고 경영권도 넘기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선그룹도 비핵심 계열사인 트라이브랜즈와 한국렌탈에 대해 구체적인 매각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트라이브랜즈와 한국렌탈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른 비주력계열사 매각은 시장상황과 재무상황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애경그룹은 2007년 삼성물산의 유통부문을 인수한 ARD홀딩스가 보유 중인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일부만 우선 매각할 예정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방위사업체인 두산DTS와 SRS코리아, 삼화왕관, 한국항공우주(KAI) 등 4개 계열사 지분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기되 경영권은 유지키로 했다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 공기업 매각도 곧 가동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추진 중인 민영화 대상 기업들의 매각도 연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반도체 주식관리협의회는 조만간 LG와 SK, 현대중공업 등 잠재적 투자자들에 투자제안서를 발송해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하이닉스 주주단은 7~8월 중 인수희망 업체를 선정해 9월 중 본입찰을 거쳐 12월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채권단과 인수 희망 업체 간 가격 차이로 매각이 무산된 현대종합상사도 올 하반기 중 재매각이 추진될 전망이다.
채권단과 매각주간사는 칭다오현대조선의 재무상황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현대상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연내 재입찰이나 수의계약 등의 방식으로 매각을 재추진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인수자가 나타나면 한국항공우주 지분(30.54%)을 매각할 방침이다.
또 시장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 중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인터내셔널, 현대건설 등의 매각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조선과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올 하반기부터 매각 추진 시기 등에 대한 검토 작업을 재개키로 했다.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된 대우일렉트로닉스 역시 구조조정 작업이 완료되면 이르면 연말에 재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금융공기업인 우리금융지주 지분도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금융 주가가 1만원대로 1년 전의 반토막 수준이나 공적자금 조기 회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약 12조2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최근 8년간 약 2조6천억 원을 상환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지분을 조기에 일정 정도 팔겠다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며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적도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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