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통일부 기자실은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일본 TV아사히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되는 김정운의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는 보도가 났기 때문이다.
공개된 사진 속 한 남자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과 똑 닮았다. 한 네티즌은 그 사진을 보고 ‘데칼코마니’라고 댓글을 달 정도였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김정운의 사진은 11세 당시 모습으로 최근 모습 사진이 공개된 사례는 없었다. 당연히 언론사들의 치열한 속보경쟁이 시작됐다.
김정운의 어린 시절 사진은 일본에서 입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TV아사히의 공신력 때문인지 국내 언론은 TV아사히의 보도를 어떤 검증이나 여과 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국내 대표적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김정운 소개사진을 TV아사히의 사진으로 변경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그러나 TV아사히의 특종(?)은 우리나라 네티즌수사대에 의해 5시간 만에 오보로 판명났다. 사진은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것으로, 평소에도 김정일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사람이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언론이 ‘낚인 것’이다.
오보임이 밝혀지자 언론들은 다시 ‘오보 소동’을 속보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언론사 간 속보경쟁이 붙으면서 일어난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일본은 늘 문제야. 쟤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한 기자는 답답하단 듯이 말했다.
그러나 오보를 낸 일본 언론은 차치하고 외신을 그대로 믿고 속보싸움에만 급급하는 언론의 태도도 되짚어 봐야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자신의 책임을 망각하고 대중의 저속한 취향에 영합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사회적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신속한 뉴스도 좋지만 그 이면엔 신뢰성과 책임감이 깔려있어야 할 것이다. 뉴스를 내보내기 전 육하원칙을 따지는 언론 본연의 신중함이 결여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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