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1일 한국은행은 정기 금통위를 열고 현재 2.00%인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 내린 것을 시작으로 올 2월까지 4개월에 걸쳐 3.25% 떨어트린 금통위는 3월부터는 기준금리를 2.00%로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최근 내수부진이 완화되고 생산활동이 호전되는 등 경기 하강이 멈춘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주요 선진국의 경기부진이 향후 성장의 하향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과 주가 등 가격변수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와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 경기가 상승세로 접어들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데다 인플레이션이 걱정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월 산업활동 통계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 보다 2.6%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동월 대비 8.2% 줄어드는 등 아직 부진하다.
지난 1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0.1%로 플러스를 유지한 것도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없었다면 전기대비 0.6% 줄어든 것으로 계산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또 정부의 29조원 규모의 슈퍼추경이 발효된 상황서 섣부른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팽팽한 통화정책과 긴축적인 재정정책이 맞물릴 경우 자칫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버블 붕괴를 회복하던 일본도 세율을 다소 올렸다가 이내 경기침체로 빠져든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아직 서지 않은 데다 실물 경제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더블딥을 우려한 '히든카드'로써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을 남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호상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최근 해외로부터 채권 물량도 충분히 소화되고 있는 만큼 한은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며 "한은은 현재의 관망세를 이어가고 금리조정은 경기 회복의 여력 확보를 위한 카드로 아껴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기준금리 조정 여부는 한동안은 핫이슈가 아니다"라며 "더블딥 우려도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올 하반기까지는 재정정책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연구원도 "최근 여러 지표가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띄고 있지만 기조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올해 하반기 경제도 아직 불안하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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