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거액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향후 재판에서 어떤 형량을 받게 될지도 관심사다.
12일 추가 기소된 내용까지 더하면 박씨의 혐의는 크게 탈세, 뇌물공여, 배임증재 등 3가지로 나뉜다.
그는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242억원 등 29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박씨는 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현금 3억원과 백화점 상품권 1억원어치를 건넨 것을 비롯해 박정규 전 민정수석, 정대근 전 농협회장, 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에게 줄잡아 50억원이 넘는 뇌물을 뿌린 혐의로 기소됐다.
뇌물공여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마지막으로 박씨에게는 언론인이던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기사를 잘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2만 달러를 건넨 혐의(배임증재)도 적용됐는데, 유죄가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재판에서 박씨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 이론적으로 2년6월∼22년6월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어 실제 형량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박씨처럼 여러 죄를 저지른 사람을 법률 용어로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각 죄의 법정형을 더해 형량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가 규정한 최고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박씨의 혐의 중 가장 무거운 법정형이 규정돼 있는 것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인 특가법상 조세포탈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죄를 범해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유기징역 한도인 15년에 2분의 1을 가중하면 22년6개월이 박씨에게 선고될 수 있는 최고형이 되는 셈이다.
판사는 다시 정상참작을 해 형을 2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어 조세포탈죄의 최하한인 5년을 다시 반으로 감경한 2년6개월이 박씨의 최저형이란 계산이 나온다.
조세포탈의 법정형이 가장 높지만 박씨의 형량을 정할 때 죄의 성격상 뇌물공여 부분에 대한 판단이 주가 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무적으로 조세범은 적발된 후 뒤늦게라도 체납 세금을 내면 실형이 선고되는 일이 극히 드문데 박씨는 검찰에 구속된 이후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 체납 세금은 물론 지연 납부에 따른 가산금까지 완납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향후 재판에서 박 전 회장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의 징역형이 내려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대체로 5년 안팎의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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