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요지]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은행업은 13세기 네덜란드 상인에 의해 시작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객주 등 유통업을 하는 사람들이 어음을 발행하면서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금산분리의 기원은 1694년 영란은행(영국중앙은행)의 설립이다.
영란은행은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심각한 재정 문제에 봉착한 영국 왕실에 연8%의 저금리로 자금을 융자해주는 조건으로 인가를 받으면서 그 대가로 은행권 발행의 독점권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특혜를 받은 영란은행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 결과, 정부는 영란은행법을 통과시키며 영란은행이 상업 업무를 하지 못하게 했다.
영란은행의 상품 취급 금지를 했던 것은 상업자본과 결합해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될 때 생기는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부와 은행 간에 특별한 관계가 계속 유지될 경우에 생길 폐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 후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영란은행을 따라 금융과 산업을 분리했다.
은행 소유 제한을 완화하면 대기업에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이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금산분리는 기본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의 진입을 막고 있다. 효율적인 기업이 나와서 경쟁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야 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에서 ‘경제력 집중’은 국내 시장만 해당된다. 그러나 세상은 완전히 열렸다.
국내 시장만을 기준으로 한 ‘경제력 집중’은 우리기업들 경쟁력을 너무 제한하는 것이다.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금산분리는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금산분리 완화가 되면 금융 및 비금융회사간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결합에서도 리스크는 서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와 비금융사간의 리스크 전이가 더욱 용이하다는 실질적 근거는 없다.
이는 기업전반적인 문제이지, 금융 및 비금융 결합에 의해 새롭게 태동하는 문제가 아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방화벽(firewall)을 쳐서 금산융합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방화벽의 합리적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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