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와 고등 훈련기 T-50의 첫 수출을 위한 대형 수주전이 시작됐다. 최첨단 기술력의 결집체인 두 상품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입찰 제안을 받아 하반기 내 최종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2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한국전력을 비롯한 업계가 총력을 기울여온 아랍 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사업은 입찰 제안기한이 7월 초다.
이 사업을 놓고 한전을 주축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과 프랑스의 아레바 컨소시엄, 미국·일본의 제너럴 일렉트릭(GE)-히타치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려는 원전은 발전용량 1천400MW 규모의 APR1400 모델이다.
이 모델의 원자로를 비롯한 각종 기기, 발전소 건설 등에는 3조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통상 원전은 2기를 짓기 때문에 몸값이 6조원에 이른다.
미국과 프랑스 모두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앞서 있던 기술 원천국들이지만 한전 컨소시엄은 적어도 비용면에서 우리 측의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자국에서 장기간 원전을 짓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계속된 원전 건설을 통해 건설비용과 운용비용 모두 확실히 낮추는 노하우를 획득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에 비해 '산업 외교력'과 금융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이 약점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달 초 우리나라를 방문한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장관에게 원전 수주협력을 요청하는 등 장기간 공을 들여왔고 20일에는 한승수 총리가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의장직 수행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가기에 앞서 UAE를 방문, 한-UAE 원자력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쟁국도 맹렬히 뛰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UAE와 민간분야 핵 협력 추진의 근거가 되는 원자력 협력협정을 승인했다.
한 국가에 원자력 기술협력이 이뤄지면 핵 기술이 중동에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제기되는데도 협정이 승인된 것이 원전을 겨냥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프랑스도 지난달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UAE 수도 아부다비에 걸프지역의 첫 프랑스 군 기지인 '피스캠프' 창설식을 하는가 하면 UAE와의 방위협정을 갱신하고 최신예 라팔 전투기 판매도 추진하는 등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UAE는 빠르면 7월 말께 자국 원전의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9월에 계약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전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일고 있는 이때에 첫 수출에 성공해야 추후 시장 참여를 확대할 수 있어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T-50, UAE는 놓쳐도 싱가포르는 잡는다 = 2조원을 들여 개발된 대당가격 250억원 안팎의 '명품 고등훈련기' T-50은 지난 4월 4년여간 공을 들인 UAE로의 첫 수출이 좌절되는 참담한 좌절을 맛봤다.
결정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지난 2월 국제 국방전시회(IDEX)가 열린 아부다비에서 UAE 측이 자국의 훈련기종으로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키의 M-346 48대를 사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해버린 것이다.
전투기로의 전용을 고려해 훈련기답지 않게 마하 1.4의 속도를 내는 등 '스펙'(제원)이 앞섰던 T-50이 어처구니없이 패한 주요인이 꾸준한 관계와 각종 산업협력 등 산업 외교력 부재의 결과물이었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하지만 이달 말께 제안서를 제출해 또 한 번 M-346과 맞붙게 되는 싱가포르 쪽은 사정이 다르다.
산업협력 등 부대조건이 별로 없고 결정과정도 상대적으로 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UAE 쪽이 구매 대수가 48대에 이르고 이후 각종 프로그램까지 부대수출 효과가 컸지만 싱가포르는 국토 여건상 비행기 자체 판매가 아니라 훈련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것이어서 KAI는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사업자에 비행기를 납품하는 형식이다. 대수도 12대가량이어서 UAE 측에 비하면 훨씬 작다.
하지만 이번에 성공하면 이라크와 폴란드 등 고등훈련기를 필요로 하는 다른 나라로의 진출 길이 좀 더 넓어진다는 점 때문에 정부나 KAI나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6월 말∼7월 초에 제안서를 제출하면 9∼10월께 일단 업체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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