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돈내면 바보, 공짜도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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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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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씨는 최근 한 이동통신 매장에서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로 받아 흐뭇해 하고 있었으나 동료 회사원 B씨를 보고는 마음이 상하고 말았다.

A씨와 B씨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이통사로 번호이동을 하며 똑같은 모델을 공짜로 받았으나 A씨는 매장에서 요구한 부가서비스와 요금제에 가입한 데 비해 B씨는 이 같은 조건이 없는 데다가 가입비까지 면제받은 것.

이 같은 바가지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시장 과열로 이통사와 제조사의 판매 지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유통 현장에서 악덕 상혼이 고개를 들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통시장에서는 이통사의 보조금과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장려금 등 지원금 합계가 제품 출고가보다 많은 이른바 '마이너스폰'이 범람하고 있다.

A씨의 공짜폰도 사실은 이 같은 마이너스폰으로, 출고가는 30만원 상당이지만 번호이동 및 의무 약정과 부가 서비스 가입 등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지원금 합계는 이보다 20만원 상당 많은 총 50만원 수준이다.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A씨에게 휴대전화를 판매한 매장에서는 이에 따라 5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전액 지급받게 됐지만, A씨에게는 30만원 중반의 휴대전화밖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매장은 휴대전화를 공짜로 주고도 지원금으로만 2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B씨 역시 상대적으로 부가 조건이 적었다고는 하지만 매장은 그래도 번호이동과 의무 약정 등 조건만으로도 4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가입비까지 대신 내줘도 5만원 이상의 수익은 보장돼 절대 밑지지 않는 장사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할 경우 공짜로 제품을 얻는 데 만족하고, 추가로 받아야 할 다양한 혜택은 고스란히 매장의 수익으로 떨어지게 된다.

결국 직접 발품을 팔고 가격을 조사하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기 십상인 것이 마이너스폰 유통 구조의 실상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통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합친 지원금이 출고가보다 20만원 이상 많은 경우가 적지 않으며, 전체 마이너스폰은 15종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개통된 휴대전화 5대 중 3대꼴이 마이너스폰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상황은 4월부터 시작된 이통사의 과열 경쟁에 최근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업체까지 뛰어들면서 생긴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풀이다.

실제로 제조업체는 기존에 대당 10만원 미만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들어 장려금 규모가 20만원 안팎으로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LG전자의 시장 점유율 30% 돌파가 제조사 간 경쟁을 자극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현상이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일부 유통 채널의 부당 이익, 소비자 차별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조만간 업계가 먼저 부담을 느끼고 과열 경쟁을 중단하는 데 암묵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남는 것은 시장 질서 왜곡과 기업 부담 증가, 소비자 차별 등 문제일 뿐"이라며 "기업 활동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바탕을 둔 건전한 경쟁 풍토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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