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계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중국시장에 진출해 자본금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과다하게 지점을 증설하고 인력을 늘리는 등 과당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계 은행 임원들은 "한국계 은행들의 중국 진출이 너무 무분별하다는 것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일본 은행들의 중국 진출 사례와 비교하면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의 경우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나 투자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지만 은행은 도쿄미쓰비시은행과 미즈호은행 등 일부 메가뱅크만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쿄미쓰비시은행의 경우 자본금 규모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전체의 자본금을 합한 것보다 많지만 지점 수나 인력 규모를 보면 우리에 비해 너무나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5월 말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4개 은행이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외환은행도 현지법인 인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유광열 주중 한국대사관 재경관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은 현지법인 4개, 지점 30개, 출장소 15개, 사무소 5개며 자산 규모는 85억달러로 외자계 은행 전체의 4.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계 은행들의 현지화 추진에 대해서도 "중국에서 현지화를 하고 있는 은행은 HSBC나 씨티은행, 스탠더드차더드은행 등 일부 다국적 은행들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계 은행들이 중국 기업이나 개인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고 있지만 거의 실적이 없으며 실제로는 한국 기업이나 교민 등 한정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부 한국계 은행이 현지화를 한다면서 중국인을 채용하고 꺾기 등 편법영업을 하며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면서 "영업전략이나 기업대출 정책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유 재경관은 이에 대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중 고객 절반이 중국인인 곳도 있으며 예수금 가운데 80% 정도가 중국 고객이 차지하는 은행도 있다면서 "중국 고객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계 은행 임원들은 한국계 은행의 현지화작업에 성과가 있다는 관련 당국들의 발표가 나오는 동안 정작 한국계 은행들은 고비용과 저수익의 구조에서 부실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부에서는 지점과 주재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금융당국이 주요국들의 중국 진출 사례를 분석해 국가 차원에서 은행들의 현지화 전략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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