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박찬구 父子 주식교체 눈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맏아들과 함께 금호산업 주식을 대량 매도한 뒤 자사 지분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회사는 이를 단순한 이익실현으로 설명했으나 증권가에선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장남 준경씨는 15~19일 5거래일 동안 금호산업 보통주 191만8640주(3.96%)를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했다.

이날 매도로 금호산업에 대한 박 회장 부자 지분은 6.11%에서 2.15%로 3.96%포인트 감소했다.

각자 보면 박 회장은 1.73%에서 1.14%로, 아들 박씨는 3.11%에서 0.57%로 줄었다.

반면 박 회장 부자는 17일부터 이날까지 금호석화 지분을 13.97%로 늘렸다.

박 회장은 금호석화 주식 20만5000주를 매수해 지분을 6.10%로 불렸다.

박씨도 155만1512주를 사들여 7.87%로 키웠다.

이처럼 박 회장 부자가 주식 갈아타기에 나서자 금호아시아나 내부에서 계열 분리가 시작된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21% 넘는 주식을 가진 금호석화가 여전히 최대주주인 만큼 이번 지분 변동에 성급하게 의미를 두긴 어렵다"면서도 "시장에선 박 회장 부자가 금호석화를 계열 분리할 것이란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게 아니냐는 소문도 나돈다.

대우건설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 이번 지분 변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3조50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하는 풋백옵션을 걸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 부자가 매도한 주식 190만주는 같은 기간 금호산업 주식 총거래량인 900만주 대비 20% 이상"이라며 "대주주가 이렇게 대량 매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단순히 주식을 팔아 빚을 갚았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박 회장 부자가 금호산업 주식을 매도한 시기가 주식담보대출 계약 종료 시점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주식담보대출로 묶여 있던 주식은 외환은행과 대신증권, 브릿지증권을 합쳐 모두 180만7690주다.

이는 박 회장 부자가 매도한 191만주와 거의 같은 규모다.

하지만 회사는 여러 추측에 대해 주식평가이익 일부를 실현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이번 매매 물량은 경영권에 변동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적은 물량"이라며 "시장에 소문이 무성하지만 모두 억측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계열 분리가 이뤄지려면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나타나야 한다"며 "이번 경우는 그런 해석을 할 수 있을 만한 게 못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호산업과 금호석화는 주가에서도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분 변동이 이뤄진 15일부터 이날까지 박 회장 부자가 주식을 매도한 금호산업은 8.26% 급락한 반면 매수한 금호석화는 12.54% 뛰어올랐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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