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주식시장을 이끌 수급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를 마감하는 이달 말을 앞두고 기관이 수익률관리(윈도드레싱)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식형펀드에 자금이 다시 몰리면서 기관이 매수 여력을 되찾고 있는 점도 이런 기대에 힘을 보탰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19일 기준으로 7주만에 286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이달 초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 빠져나갔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관이 펀드 환매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기관 매도에서 가장 큰 원인이었던 환매 압박이 크게 줄었다"며 "이는 전달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박스권 등락 과정에서 주식형펀드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부턴 연기금 자금집행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이 매수 여력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매매도 조만간 매수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졌다.
매도 물량이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매도차익잔고는 전날 현재 4조4278억원이다.
이미 이달 초 사상 최고인 3조6106억원을 넘어섰다.
이 물량이 청산되면 대규모 환매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매수차익잔고도 5조8506억원으로 연중 최저로 떨어졌다.
이 역시 프로그램 매수 유입을 기대하게 한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관 매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프로그램 차익거래 물량인데 매수차익잔고가 연간 최저로 떨어졌다"며 "프로그램 매도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볼 수 있어 앞으로 매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 연구원은 "기관 수급이 최악을 지나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기관이 증시 수급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기관이 펀드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윈도드레싱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꾸준한 매도로 주식비중이 94%까지 낮아진 만큼 현금도 충분한 상황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6년 이후 분기별 최종 거래일을 포함한 이전 5거래일 동안 기관은 평균 4200억원을 순매수했다"며 "이는 그 이전 5거래일 평균인 380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분기별 최종 거래일을 포함한 5거래일 동안 윈도드레싱 효과가 나타났던 종목이 코스피 상승률을 초과했다"며 "기관이 순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자금에서 손바뀜이 진행되는 점도 기관이 수급 주체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전달 증시엔 3조1000억원 규모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단기성으로 추정되는 조세 회피지역 자금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북미ㆍ유럽을 포함한 장기성 자금도 이달까지 2개월 연속 유입됐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자금이 단기성에서 장기성으로 바뀌는 과정에 외국인이 수급 주체로 떠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 수급 중심이 기관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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