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잇속 채우던 UAW..GM 파산하니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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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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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 본부건물/연합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 자동차 회사 노조의 최상급 단체다. 우리로 치면 금속노조 에 해당한다. 그 UAW에서도 GM노조는 미국 내 최강성 노조 중 하나다. 현대차노조를 닮았다.

노조에 치이고 시장에 밀리며 망가질 대로 망가진 GM은 현재 ‘뉴GM’을 설립하기로 하고, 정부 주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브나 해머·폰티악·새턴·오펠 브랜드는 매각하기로 했다. 해머는 중국에 팔렸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빼앗긴 셈이다.

UAW는 그동안 비효율적인 패턴교섭(파업을 무기로 회사 압박)을 내세우며 실리를 취해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다. GM노조 역시 UAW의 지시대로 회사를 직접 압박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회사가 끝도 없이 무너지자 노조가 살 궁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업을 무기로 회사를 압박해 최대한 실리를 취했던 전략에서 벗어나 공생을 머릿속에 입력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 고용불안과 경제위기를 몰고 온 UAW의 자세는 이미 늦었다. 정세만 잘 살펴 경영진에 고언을 하고 기득권을 포기하며 협력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UAW는 2015년까지 파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VEBA(퇴직자 건강보험 기금)에서 204억 달러를 출자전환해 뉴 GM지분 17.5%를 인수하기로 했다. 급여와 복지를 축소하는 내용의 근로계약 수정안에도 합의했다. 2007년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여기에는 급여동결·상여금 중단·휴가축소·퇴직자 의료혜택 축소·저임금 신규채용 확대 등이 담겼다. 현재 조업 중단 중인 미국 내 공장을 활용해 소형차를 16만대까지 확대 생산하는데 협조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파업을 빌미로 회사를 압박하던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UAW로서는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이제는 회사의 주주로서 미국 정부와 함께 합법적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GM의 파산으로 UAW식 노동운동은 종말을 고했다.

하지만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 당장 GM은 다음 주 월요일 돌아오는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 또 이날은 미국 정부가 정한 자구노력 데드라인이다. GM 노사의 현실 인식이 5년 정도만 빨랐어도 최소한 포드처럼 파산보호를 면했을 지도 모른다.

◇GM 파산과 UAW..위기 해결책은 노사 화합

지난 80여 년간 세계 자동차 업계 1위를 지켜온 GM의 파산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큰 교훈을 던져준다. 직접적 원인은 1980년 이후 지속된 판매 급감이지만, 위기의식에 둔감했던 점이 근본원인이다. 노조도 이를 간과했다.

국내 자동차산업도 최근의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GM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GM은 눈앞의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도 안일했다. 일본 업체가 1980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며 GM의 아성을 위협했지만 GM은 통상압력 등 정부정책을 통해 대응했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놔버린 것이다.

이 틈을 노려 일본 업체는 통상압력을 벗기 위해 미국 현지생산을 확대했다. 강력한 경쟁자를 내수시장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GM 노사는 이마져도 무시했다. 노조는 과도한 임금상승과 복지를 요구하고 현장을 더욱 경직화해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경영진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하며 대형차와 고수익차 시장 의존도를 높여 자멸했다.

빅3가 대형차에 집중하는 사이 일본은 소형차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2000년대에는 이를 기반으로 고수익차 시장까지 진출했다.

결국 최근 고유가 등으로 인해 SUV 등 중대형차 판매가 급감했고, 빅3는 소형차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해 미국시장의 소형차 비중이 20.6%였지만 GM의 소형차 판매 비중은 11.1%에 그쳤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고착화도 몰락의 원인이다.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경영진은 단기적인 성과창출에 급급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암묵적인 담합이 오랜 기간 반복됐다.

이것이 퇴직자와 그 가족까지 의료보험과 연금비용을 평생 대주는 과도한 복지제도가 고착화하는 원인이 됐다. 실제 GM이 차 한 대를 생산하는 노동비가 3289달러로 도요타의 1895달러 보다 1394달러나 높다.

◇둔감한 GM, 도요타에 생산성도 뒤져

공장 생산성에서도 밀렸다. 일본에서는 보편화된 혼류생산도 GM에서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 한 모델만을 생산하는 전용라인이다. 당연히 일본 업체보다 유연성이 떨어진다.

결국 GM의 파산은 성공에 안주해 위기의식이 결여되거나 시장변화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경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현재 위기를 올바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체질을 구축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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