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불어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현상이 완화되고 있지만,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리먼 사태 직전인 작년 8월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수출과 투자 규모는 작년 8월에 비해 70~8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금융시장도 10개월 전 수준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 경제 지표의 급격한 추락에 따른 일시적인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제 회복을 판가름할 정도의 지표 개선은 4분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수출.투자, 작년 8월의 70~80% 수준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의 국내총생산(GDP)은 235조8천536억으로 리먼사태 직전인 작년 2분기 247조5천523억원의 95.3%에, 작년 1분기의 246조5천8억원의 95.7%에 그쳤다.
1분기 GDP는 2년 전인 2007년 1분기(234조1천824억원)의 수준으로 후퇴한 상황이다.
지난 5월의 수출액은 281억4천767만달러로 작년 8월의 366억1천60만달러의 76.9%에 머물렀다. 1년 전인 작년 5월의 399억8천316만달러에 비해서는 70.4%에 불과했다. 5월 수출액은 3년 전인 2006년 5월(279억3천451만달러)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국내외 투자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에 비해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추계지수(2000년=100)는 4월에 101.3으로 리먼사태 직전인 작년 8월 123.5의 82.0%에 머물렀다. 1년 전인 작년 4월의 135.6에 비해서는 74.7%에 그쳤다. 설비투자추계지수는 올해 1월 89.1, 2월 95.2, 3월 108.6으로 상승하다 4월에 다시 떨어졌다.
해외 기업의 경영에 참가할 목적으로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는 해외직접투자는 3월 7억4천502만달러로 작년 8월의 40.4%에 불과했다. 해외 직접투자는 작년 8월 18억4천227만달러, 9월 19억3천143만달러였지만 10월 이후로 전년 동월대비 20∼70%씩 감소해왔다.
외국인의 직접투자(FDI)는 1분기에 16억7천703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27억1천557만달러에 비해 61.8% 수준에 머물렀다. FDI의 급감은 서비스업과 기업 인수.합병(M&A)형식 투자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었다.
◇ 신인도 개선 '느릿'
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 역시 작년 9월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1년 전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2일 2.05%로 작년 10월 말 7%에 달했던 데 비하면 안정됐다.
그러나 1년 전의 0.99%에 비하면 배 수준이며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인 작년 8월 말 1.1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5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 역시 지난 22일 기준 2.66%로 작년 10월27일에 기록한 고점인 7.91%에 비해 크게 내려갔지만, 작년 6월 23일의 1.70%, 9월 15일의 2.10%에 비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다.
5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267억6천600만달러로 작년 8월 말 2천432억달러의 93.2%에 불과했다. 작년 동기의 2천581억9천900만달러에 비해서는 87.8%에 머물렀다.
외환보유액은 작년 3월 말 2천623억6천5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8개월간 감소하면서 작년 11월 2천5억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올해 3월 이후로는 3개월 연속 증가했다.
◇ 금융시장 회복도 요원
신인도가 다소 개선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10개월 전을 떠올리면 갈 길이 멀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현재 1,290.80원으로 1,600원에 육박했던 3월에 비해 하향 안정됐다.
환율은 작년 8월 말까지 1,000원대를 유지했지만 리먼브라더스 파산 여파로 9월 중순 이후 1,100원대로 급등했고 올해 3월에는 1,600원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보인 뒤 차츰 하향 안정되면서 1,200원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작년 8월말 1,089.00원에 비해서는 201.80원(18.5%) 상승했으며 1년전인 작년 6월23일의 1,039.00원에 비해서는 251.80원(24.2%) 높은 수준이다.
월평균 코스피지수는 5월 1,395.89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월 1,063.03으로 저점을 찍은 뒤 3월 1,206.26, 4월 1,369.36으로 상승했다.
리먼사태 직전인 작년 8월 1,474.24에 비해서는 94.68% 수준이며, 작년 5월 1,852.02에 비해 75.37% 수준에 불과하다.
월평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월 3.83%를 기록했다. 작년 7월 6.02%로 고점을 찍고 올해 들어 2월 4.60%, 3월 4.49%, 4월 4.43%로 하락하다가 5월에 조금 반등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작년 4분기에 지표들이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진 여파로 올해 들어 어느 정도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 회복이 시작됐다고 표현하기는 이르다"며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는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빨라야 올해 4분기나 내년 초 정도에 회복세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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