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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권거래소(HKEX)는 5월 말 기준 시가총액 1374억 홍콩달러(22조원)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제치고 세계 최대 주식시장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HKEX 정문. |
홍콩이 미국 뉴욕을 제치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최대 수준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홍콩증권거래소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앞질렀기 때문이다.
홍콩이 선두로 뛰어오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덕분으로 풀이된다.
여기엔 금융위기로 미국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점도 한몫했다.
세계 금융가는 정상에 오른 홍콩이 이런 위상을 계속 지킬 수 있느냐에 촉각을 세우며 주시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전통적인 자유경제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상승효과를 낼 계획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홍콩 금융시장 인프라를 본토인 상하이로 흡수시킬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홍콩, 中 경기회복 최대수혜=홍콩은 중국 경기회복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곳 가운데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주식시장 회복 속도도 여타 국가 대비 두드러졌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홍콩 항셍지수는 22일 기준으로 1만8059.55를 기록하며 작년 10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올해 최저점인 3월 9일 1만1344.58과 비교할 때 무려 60% 가까이 뛴 것이다.
국내ㆍ외 전문가는 지속적인 중국 정부 지원을 전제로 홍콩 증시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경기부양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다며 중국ㆍ홍콩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아시아 최고 갑부 리자싱 창장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경기부양으로 중국이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올 것"이라며 "이는 홍콩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기업공개(IPO)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스콧 셉 홍콩증권거래소 이사는 "IPO 시장이 활기를 빠르게 되찾고 있다"며 "이달 8일엔 중국 알루미늄업체인 중왕홀딩스가 홍콩 증시에서 13억 달러를 조달해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작년 말 자취를 감췄던 헤지펀드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김상우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작년 말 해고된 홍콩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20%가 다시 채용됐다"며 "이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ㆍ홍콩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김 법인장은 "5월 중반부터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횡보 국면에 들어섰다"면서도 "홍콩 증시는 해외자금 유입으로 다시 한번 랠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12월 중국과 홍콩이 '경제협력 촉진 14개 조항'을 체결한 것도 홍콩 증시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가운데 통화스와프 확대와 무역거래시 중국 위안화 허용은 홍콩 달러가 가치를 높이는 데 주효했다.
◆세계 100대 은행 69개 진출=홍콩엔 2008년 말 기준으로 세계 100대 은행 69개가 들어와 있다.
현지에서 영업하는 해외 은행을 모두 합치면 200개가 넘는다.
'아시아 금융 정보는 모두 홍콩에서 나온다'란 말이 있을 정도다.
홍콩 외환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 1750억 달러로 세계 6위다.
비록 1968년 아시아 달러 시장 유치 기회를 싱가포르에게 내줬지만 여기서 흡수하지 못 한 달러화가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금 같은 국제금융 중심지로 성장하게 된 것도 이 덕분이다.
홍콩 조세제도엔 부가가치세나 영업세가 없다. 직접세만 내면 된다.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는 각각 16.5%와 15.0%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국내 소득세 최고 세율이 35.0%에 이르는 것과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주식시장 진출 요건은 엄격한 편이다. 철저한 사후관리로 금융 중심지로서 위상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김종선 대우증권 홍콩법인장은 "홍콩 증시는 상장 조건을 매뉴얼화해 IPO를 준비하기 쉽다"면서도 "실제론 상장 승인에 앞서 관련 서류를 까다롭게 검토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쉽진 않다"고 전했다.
신헌수 신한은행 홍콩법인차장은 "금융위기로 홍콩 금융당국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매달 사업 진행 여부나 애로사항을 유선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금융시장에서 우려되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증시보다 상하이에 유리한 조건을 적용한다면 해외 자금 이탈을 막기 어렵다.
홍콩 시장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중국 본토 기업은 전체 시총대비 60%에 달한다. 일일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는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 낮다.
홍콩은 상하이보다 월등한 금융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선진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국제 공용어인 영어가 통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상하이가 당장 홍콩을 대신하기 어려운 이유다.
◆상하이로 금융중심 이동 가능성도=장기적으론 중국 정부가 상하이를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육성할 가능성이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홍콩은 금융 중심지로서 지위를 도전받고 있다"며 "시장 경쟁을 통해 새로운 국제금융 중심지가 태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03년 홍콩과 경제협력강화협정(CEPA)를 맺은 이래 적극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홍콩 금융시장 노하우를 본토에 흡수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국제금융 중심지를 상하이로 옮겼을 때 본토 경제성장과 함께 상승효과가 더 클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홍콩을 추월한 점도 금융 중심지 이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1분기 홍콩 경제성장률은 -7.8%를 기록했다.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도 전년동기대비 21.9% 줄어 55년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실업률 또한 4년만에 최고인 5.2%로 뛰었다. 소비지출은 경기침체로 5.5%나 줄었다.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거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홍콩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08년 말 기준으로 100만 홍콩달러(1억9000만원) 이상 유동자산을 보유한 인구는 전년대비 16% 감소한 34만8000명으로 줄었다.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03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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