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붕의 생각나무) ‘제2의 정규직’ 도입 검토하자

현행 비정규직법 시행일이 불과 나흘 앞(7월1일)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올해안으로 무려 1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채용중인 기업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여건속에서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여력이 없는데다 정부의 경영효율화 방침에 기존 직원들마저 축소해야 하는 공공기관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이같은 해고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가보훈처 산하 보훈병원은 고용기간이 이달말로 2년째를 맞는 조리사 9명을 포함해 행정기능직(7명), 시설기능직(2명), 간호조무사(4명) 등 비정규직 23명을 24일 해고했다. 현재 보훈병원에 소속된 비정규직은 이들을 포함해 총 240명에 달한다.

주택공사도 이달말 고용기간 2년이 되는 비정규직 40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주택공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500명. 이들 중 300명은 올해 중 고용기간이 만 2년이 된다. 이에 따라 이들도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단계별 해고가 불가피한 처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7개 공공기관에서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종사자의 12.7%에 해당하는 총 3만3921명에달한다.

노동부는 그동안 현행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달 1일부터 70여만명의 기간제 근로자들이 해고위기에 처하게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향후 1년안에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될 비정규직 노동자는 3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할 상황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100만명에 이른다.

이에 여야 정치권 및 노동계는 지난주부터 5인 연석회의를 열어 현행 비정규직법 개정 합의안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서로의 견해차가 워낙 크고 비정규직을 둘러싼 정치∙노동상황도 유리하지 않아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정부안으로 지난 3월 현재 2년으로 돼 있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한나라당은 ‘사용기간 2년’ 조항의 시행시기를 3년간 유예하자는 당론을 정했다.

이에 반해 야당인 민주당과 노동계는 현행법대로 ‘사용기간 2년’ 조항을 내달부터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대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1인당 25만원 씩 지원하는 정부지원금을 추경예산안(1185억원)보다 더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주무부처인 노동부의 소신없는 자세가 한 몫했다.

지난 3월 정부안을 낸 노동부가 강한 소신을 펴지 못한 채 정치권, 노동계 등 각 주체들에게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우리나라 실업률은 3%대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다. 하지만 구직단념자 등 사실상의 실업자까지 포함할 경우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실업률보다 고용상황을 더 정확히 알려주는 고용률을 보면 우리나라의 고용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한국의 고용률은 63.9%(200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고용률(66.6%)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히 청년층 고용률은 25.7%로 OECD평균(43.4%)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청년 4명 중 1명은 미취업자인셈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법 해결을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성격을 갖는 ‘제2의 정규직’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제2정규직 제도는 지난 1994년 스페인에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으로 규정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했으나 효과를 얻지 못하자 도입한 제도이다.

제2정규직은 퇴직금이 정규직보다 적지만 비정규직보다는 임금이 높고 일정수준 이상의 고용보호 장치도 마련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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