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축의 역설, 그 두가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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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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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저축을 많이하면 투자는 살아나는데 소비가 줄어들어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인한 경제 규모 축소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갑자기 소비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신용카드가 길거리에서 막 풀린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그러나 또다른 저축의 역설이 있다. 가계들이 저축을 증가시키면 단기에는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마치지만 장기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소비보다는 저축이 장기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유용하다.  

사실 우리에게는 두번째 저축의 역설이 더욱 친숙하다.

"1965년 한국정부는 저축자들이 관심을 끌 수 있는 수준으로 이자율을 인상했다. 그 이후 5년동안 은행예금잔고가 600% 증가했고, 국내총생산에서 국민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 배 이상 됐다. 이 덕분에 한국의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바로 경제가 갑자기 성장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실제 본 기자가 초·중학교 시절(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용돈으로 정기적금에 들었을 때의 이자율은 복리이자로 8% 수준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내수 부족을 겪고 있다. 또 단기 유동성은 넘쳐나는 반면 실물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는 자금은 부족한 모습이다. 대신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투자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

내수 부족은 가계의 저축 과잉에 따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카드채나 부동산 급등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로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높았던 소비 증가율 탓에 빚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자금이 한쪽으로만 몰리는 것은 시장 참가자들이 자신의 구매력이 물가상승과 저금리에 잠식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내수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으려면 이런 점을 모두 극복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국민들의 저축보다는 소비를 지나치게 키워, 장기 경제성장을 헤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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