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정부의 '녹색산업' 성장 정책에 발맞춰 앞다퉈 쏟아낸 '녹색금융' 상품들이 소리만 요란할 뿐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녹색금융은 환경 등과 관련된 녹색 성장 기업에 대한 대출 또는 예.적금 등의 상품이나 녹색성장 금융상품의 계발, 탄소시장관련 시장 발굴과 참여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말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녹색금융'의 판매실적이 24일 기준으로 여.수신을 합쳐 4조 원 안팎에 불과했다.
녹색성장기업에 대한 대출 실적은 1조 원을 밑돈 반면 녹색 관련 예.적금 등의 수신 상품은 3조 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아 대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행들은 녹색기업 대출 심사와 상품개발 등을 위한 별도 인프라(기반시설)를 구축해야 하며 정부는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추가 제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녹색성장기업' 대출 1조원 밑돌아
농협과 우리.국민.신한.하나.외환.기업 등의 은행들이 우대금리 등의 각종 혜택을 부여해 선보인 '녹색성장' 기업 대출 상품 실적은 8천여억 원에 그쳤다.
기업은행이 청정에너지 산업과 하이브리드카 등 녹색산업 기업들에 대출해주는 '녹색성장기업대출' 상품은 3개월간 3천909억원(1천342건)의 실적을 올렸다. 하나은행이 2007년 11월 출시한 '태양광발전시설대출'의 실적은 1천822억원이다.
국민은행이 친환경제품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나 신·재생 에너지 전문 기업에 대출해주는 'KB 그린 그로쓰 론(Green Growth Loan)'은 넉 달간 1천621억 원어치가 팔렸다.
그러나 나머지 녹색관련 대출상품들의 실적은 각각 10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지난 4월 출시된 외환은행의 '녹색기업파트너론'의 실적은 121억원이었다.
우리은행이 발광다이오드(LED)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팔기 시작한 '우리 LED론'의 실적은 116억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의 '우리로봇시대론'과 '우리그린솔라론'의 판매실적도 각각 17억원, 68억원으로 저조했다.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발전 사업자 등에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자금 대출(기업은행)'과 '신한솔라파워론(신한은행)'은 각각 153억원, 93억원만 나갔다. 이외 하나은행이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탄소절감 등의 활동을 하는 고객에게 금리감면 혜택을 주는 '-3℃ 대출'은 4월 중순 출시된 이후 274억원을 모집했다.
◇ '녹색' 예.적금 3조 이상 흡수
반면 은행들이 '녹색'을 앞세워 내놓은 각종 수신 상품들은 3조원 이상의 자금을 흡수했다.
우리은행이 작년 8월에 내놓은 '저탄소 녹색통장'은 24일 기준 1조5천36억원(21만2천365계좌)을 모집했다.
또 에너지 사랑 실천 서약서를 작성하면 우대 금리를 주는 신한은행의 '신한 희망에너지 적금'은 작년 7월부터 1년간 7천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나은행이 웰빙과 녹색성장 테마로 작년 9월부터 판매 중인 'S라인적금 그린'은 현재까지 5천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이 녹색성장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내놓은 '녹색성장예금'도 2천679억원을 흡수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3월 초 선보인 '사업자우대적금'과 최근 내놓은 '그린 그로스 e-공동구매 정기예금'은 각각 925억 원, 33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이외 농협이 4~6월에 선보인 '초록세상적금'과 '녹색마이너스통장'도 총 205억원을 끌어모았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녹색성장기업 대출 상품 실적이 부진한 것은 녹색산업의 불확실성이 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다수 은행들이 녹색금융을 취급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입장에서 보면 녹색산업 자체가 벤처 성격이 강해 수익성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며 "은행 내부적으로도 녹색기업을 심사하거나 관련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녹색금융이 활성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세제혜택 등의 정부 지원과 녹색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활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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