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심상훈의 Book&Talk - 지식검색보다 독창적 사고가 우선이다
지두력/ 호소야 이사오 著/ 홍성민 옮김/ 이레
한 면접시험장. 담당PD가 한번 웃겨 보란다. 뒤돌아섰다. 바지 지퍼를 옷에 끼이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돌아서며 아무렇지도 않게 “저, 옷꼈는데요(웃겼는데요)”로 응수했더니 아, 글쎄 ‘합격’이란다.
말장난이라고. 천만에. 아니다. 그것은 지두력(地頭力)을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벌집삼겹살’ 프랜차이즈 간판을 전국에 240곳 단 개그맨 출신, 이승환 대표는 말했다.
‘지두력’(地頭力)은 이 책의 제목이다.
저자는 10년 넘게 컨설팅 현장에서 일하면서 일본의 수많은 대기업들의 면접시험에 참여했다. 그 결과, 지두(地頭)라는 생소한 말을 끄집어낸다. 말은 ‘타고난 머리’라는 의미다.
그러나 ‘맨손’으로 생각하는 힘으로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 방법론 같은 그 어떠한 무기도 갖지 않은 채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하는 힘이 진정 의도한 바이다. 일테면 개그맨 이승환이 면접장에서 돌발 행동했던 것처럼.
인터넷 정보를 활용하면 쉽게 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정보의 홍수와 손쉬운 검색도구의 발달로 심오한 고찰이나 사실·자료에 의한 독창성이 사라지고 대신 복사해서 붙여넣기 식으로 비슷한 모방이 난무하는 리포트로 작성되는 것이 심각한 현실의 문제다.
이는 베끼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독창성이 사라진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려는 지두력이 부족해서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정보의 바다(인터넷)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검색엔진으로 누구나 손쉽게 방대한 정보에 접속할 수 있지만 “정보를 단순히 복사해서 붙여버리는 식으로 활용한다면, 인간의 사고능력은 퇴화하고 그 사이 컴퓨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9쪽)라고 경고한다.
대안으로 책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한 지두력 트레이닝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무릇 주장한다. 즉 지두력은 생소한 분야에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환경 변화가 심하고 과거 경험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인터넷 정보에 의존한 천편일률적 사고를 베끼는 검색지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식만 있고 지혜는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일본 대기업은 인재를 채용할 때 ‘지두가 좋은 사람을 뽑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흘린다. 왜 그럴까. 지두가 좋은 사람은 잠재능력이 높아 어떤 분야에서도 업무지식을 빠르게 습득하여 높은 수행능력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생산성 때문이다.
회의 진행을 할 때도 이 책이 강조하는 ‘결론부터 생각하는’ 가설 사고력, 즉 지두력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목적(회의가 목표하는 달성수준) 확인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목적을 확인하지 않고 논의하는 것은 마치 목적지는 모르지만 일단 열차에 올라타는 ‘미스터리 열차’(목적지를 승객에게 안내하지 않고 승객 각자가 예상하도록 한 단체관광 전용열차)와 똑같다고 재미나게 비유한다.(106쪽)
면접에서 ‘맨홀 뚜껑은 왜 둥글까?’
이러한 뚱딴지 질문에 몹시 당황한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필히 챙겨 읽어야 할 책이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