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무력시위로 한반도 안보지형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향후 북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한국과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미국은 북한의 카운터파트너란 점에서, 북미 정상화를 이끄는데 교량적 지위를 확보해야만 한다. 한국과 미국이 새로운 대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우선 ‘희망적 사고’에 기초한 북한 급변사태 논의와 비현실적인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 수립을 중단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체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라면 북한이 아무리 반대한다고 해도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계획을 철저히 수립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수립하는 대신 북한과의 대화 및 협상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 주도의 통일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설령 한·미 당국간에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수립한다고 해도 이를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해야지 현재와 같이 한·미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북한 군부의 반발을 불러 일으켜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하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는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통해 현재의 ‘김정일·김정운 공동정권’과 미래의 ‘김정운 정권’이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에서 권력의 3대 세습이 이루어지면, 북한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고립주의 노선에서 앞으로도 계속 탈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스위스에서 4년 이상 유학한 김정운이 차기 지도자가 됨으로써 그가 프랑스에서 유학한 중국의 등소평처럼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김정운 후계체계는 부정적, 긍정적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3대 세습’이라고 무조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킴으로써 긍정적 측면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미의 대북 정책의 질적 전환도 필요하다. 북한은 김정일 건강이상 이후 ‘김정일 없는 북한체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핵보유의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큰 보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핵보유를 목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라면 북한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북한에 대한 ‘대담한 접근’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 행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북한에 특사로 보내고, 한국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동시에 북한에 보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2012년(김일성 탄생 100주년,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맞게 되는 해) 이전에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북미와 북일이 관계정상화를 하는 방안을 마련해서 북한의 핵포기를 보다 강력하게 설득하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모두 통일 및 외교 관련 부서에 힘을 실어주어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남북한 간에는 작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통일 관련 부서 간에 그리고 북미 간에는 김정일 건강이상 이후 현재까지 외교 관련 부서 간에 고위급 대화가 실종되고, 남북한과 미국의 3국에서 군부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군부의 영향력이 증대될수록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군사적 충돌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미국 국무부와 한국 통일부는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고 갈등 국면을 대화 모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북한도 장거리 로켓 개발과 핵무장으로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근시안적 입장에서 탈피하여 한․미와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체제 안전과 경제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전문성도 없고, 북한과의 대화 의지도 없는 대북 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냉전시대에 소련과 중국이라는 강대국들을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펼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벼랑끝 외교’를 통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이끌어낼 정도로 뛰어난 협상능력을 가지고 있다. 북한 주민의 절대빈곤 상태가 북한의 대외 협상력 부재로 연결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 같은 북한을 상대하여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을 잘 아는 전문가들로 대북 정책팀을 구성하고, 중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를 조화시켜가면서 북한의 핵포기와 개혁·개방을 유도해가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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