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 `사용기한 완전 폐지' 법 개정 촉구
중소업계 `불안속 주시' Vs 대기업 `비교적 느긋'
여야가 30일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비정규직보호법 개정 문제를 놓고 격렬하게 대치한 가운데 경제단체와 산업계는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막판 줄다리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제단체들은 비정규직 사용 기간 제한 조항을 완전히 폐지하는 쪽으로 합의하라고 여야에 촉구했다.
특히 비정규직이 많아 법 시행의 유예 여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중소업계는 여야의 협상 과정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반면 비정규직이 드물거나 정규직으로 대부분 전환이 완료된 업종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반응했다.
◇ 경제단체 "사용기한 폐지가 근원적 해결" =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비정규직의 사용기한 규정은 근로계약 당사자의 의사와 달리 해고하거나, 해고당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사용기한의 폐지가 우리의 일관된 요구"라고 거듭 주장했다.
배 본부장은 "법 시행 유예기간이 6개월이든, 2년이든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부득이하게 사업장 규모별로 유예기간을 달리한다 해도 형평성의 문제에 부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묶은 조항의 시행을 하루 앞두고도 정치권이 공방을 계속하는 것과 관련해 그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서 경제 살리기에 매달려야 할 판에 국회가 제 몫을 못 하면 경제주체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약하기가 어렵다"며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을 아예 없애거나, 이 문제를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여야 간의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최종 협상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해 재계의 입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상의 관계자는 "사용기간 제한이 폐지되거나 최소한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 18, 19일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전달했다"며 "현재 시행시기 유예 쪽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유예방안은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예 방안마저도 합의가 안 되고 있는데 당장 내일부터 사용기간 제한 조항이 적용되면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실직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정책에 대해 "기업들이 정규직 직원에 대해선 평생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3년간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소업계 불안 속 상황 주시..일부 기업에선 해고 통보 =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한 폐지와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요구해 온 중소기업계는 사용기한 제한 조항의 시행을 유예해 최악의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비정규직법 개정안 시한 내에 처리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계속 문의해오고 있지만, 정치권의 동향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의 공방으로 중소기업계가 가장 꺼리는 시장의 불안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우려했던 71만 기간제 근로자의 대량해고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30일 자로 근로자 4명의 2년 사용기간이 끝난다는 중소 제조업체 K사(송파구 소재) 대표는 "대상자에게 이미 해고 통보를 했다"며 "오늘 국회에서 유예안이 통과되면 해고통보를 철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정확한 지침을 주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파주에 위치한 G 출판사 측은 "7월 중에 계약이 끝나는 직원이 있지만 법이 어떻게 개정될지 몰라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용 기한 적용이 유예되지 않으면 편법으로라도 기존 근로자들을 계속해서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들은 비교적 `담담' = 비정규직 인력이 거의 없거나 전환을 완료한 업종은 다소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자동차업계는 비정규직 문제가 그다지 큰 이슈가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2년 전 얼마 되지 않는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GM대우는 10여 명, 르노삼성은 부산공장에 600여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해고의 우려는 없다고 보고 있다.
전자업계도 일부 사무 보조직을 제외하고 비정규직 인력이 많이 않다.
삼성전자는 비정규직 인력이 전체 채용 규모의 1%가 안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을 준비하면서 거쳐 가는 단계로 인식하고 있고, 자발적인 이직도 잦은 편이어서 대량 해고 문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사업장 중심인 철강업계에도 비정규직이 많지 않아 사실상 법 개정 여부와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리는 비정규직 고용이 아예 없고, 대부분 철강업계도 비슷한 사정"이라고 말했다.
2007년 비정규직 계산원들을 대량 해고해 비정규직법 문제의 중심에 섰던 유통업계는 지금은 오히려 이런 문제가 거의 해소된 상태다.
홈플러스는 현재 1만여 명의 비정규직을 두고 있지만 2년 근속 때 자체 근무평가 기준에 따라 큰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2007년 7월부터 이 제도를 통해 4천여 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승진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도 2007년 8월 비정규직 계산원 등 5천여 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롯데마트는 2007년 7월부터 시간제 직원 2천750여 명을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계산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서 인건비 부담이 늘긴 했지만, 직원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져 업무 효율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더 좋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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