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불황마케팅, 美 기업들 벤치마킹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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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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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는 모두다 몸을 사리기 마련인데,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고 유류비를 지원하는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효과가 좋다고 들었는데, 우리 기업에도 도입할 수 있을까요?”

최근 현대차 미국법인에 불황마케팅 전략을 물어보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말 실직시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글로벌 기업 등이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유류비를 지원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어 또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일 현대차 미국법인에 따르면 이미 여러 곳이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과 유사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휴대폰 사업자인 '버진모바일'을 비롯해 헬스케어 서비스 업체인 '월그린즈', 모기지 관련 기업인 '크래프트 메스터 홈즈' 등이다. 판매량이 급감한 GM과 크라이슬러도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불황극복에 미국시장 점유율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현대차의 역발상 마케팅 전략이 큰 효과를 발휘하자 이를 배우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대차가 불황마케팅 전략으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할 당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제 살 깎아먹기라며 폄훼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역발상 전략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미국 시장에서 선보인 ‘현대 어슈어런스 가스 록(Gas Lock)’이라는 새로운 마케팅은 오는 8월31일까지 신차를 구입할 경우 휘발유 가격이 2004년 1월 수준인 갤런당 1.49달러로 유지되도록 1년간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 국내에서야 보편화된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사실상 충격적이라 할 수 있는 전략이다. 고유가로 신차 구입을 꺼리는 고객들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한 대당 연간 70만~80만원 정도를 회사가 부담하게 된다”며 “국내에서 유류비 지원 등으로 할인해 주는 것과 같지만 미국에서는 파격적인 마케팅이어서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미국시장 판매량 집계 결과 GM·포드·크라이슬러·도요타가 전년 대비 55%~32% 감소한 데 반해 현대차는 14.3%나 증가한 것이다. 똑같은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전년대비 18.9%가 늘었다.

현대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9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개막쇼와 본 경기에 제네시스 광고를 내보내 톡톡히 효과를 봤다. 불황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광고를 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편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같은 역발상 마케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1년 전 크라이슬러가 ‘갤런당 2.99달러’를 지원한 적이 있지만 당시 유가 하락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대차 미국법인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의 실적이 급상승하자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비결을 물어오고 있다”며 “현대차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확실해 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사촌지간인 기아차 역시 올해 들어 미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1%에서 올해 5월 기준 3.1%로 오른 것이다. 기아차 미국 딜러들은 독특한 디자인과 강화된 차량 성능을 이유로 꼽고 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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