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전문지인 '와이어드'의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 |
그러나 '공짜'의 이면을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인 '와이어드'의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은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발전으로 기업들의 비용이 크게 줄어든 만큼 완전한 공짜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대하지 못할 게 없다고 주장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앤더슨이 '공짜, 파격적인 가격의 미래(Free: The Future of a Radical Price)'를 통해 밝힌 견해를 토대로 '공짜 경제(Free Economy)'의 양면을 되짚었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공짜경제'의 폭과 깊이는 넓고 깊어졌다.
앤더슨에 따르면 글로벌 공짜경제 규모는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는 기업이 각종 매체에 지불하는 광고 비용이 포함된다. 소비자들이 광고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공짜로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이 지난 2006년 오프라인과 온라인 광고에 들인 비용은 각각 450억 달러, 210억~250억 달러로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연간 광고비용이 약 80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온라인상에서 공짜로 받아 이용할 수 있는 정보나 소프트웨어(10억 달러)와 음악이나 영화(40억 달러), 기업들이 제공하는 오픈소스와 컨설팅 서비스(300억 달러)와 불법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선물'까지 합하면 3000억 달러 규모의 공짜경제가 탄생한다고 앤더슨은 설명한다.
그는 "공짜경제 규모는 사실상 한 나라의 경제 규모와 맞먹을 정도"라며 "실제 현금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규모의 공짜경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공짜경제 규모가 인터넷의 발달로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의 발달로 기업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들이는 비용이 급격히 줄어 거의 제로(0) 수준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앤더슨은 "실제로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지불하는 금액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 개퍼 FT 편집부국장은 앤더슨의 주장에는 두 가지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온전한 공짜는 없다는 게 개퍼 부국장 주장의 요지다.
개퍼는 우선 앤더슨이 수익 추구가 목적인 기업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 사이에 공짜 경쟁이 치열한 듯 보이지만 '강자 독식' 구조인 기업 환경에서 승리한 기업이 공짜 정책을 펼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소프트웨어업계 최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터넷 공룡기업 구글을 예로 들었다.
개퍼가 지적한 앤더슨의 두번째 오류는 기업이 유통망을 디지털화해 아무리 비용을 낮춘다 해도 생산 비용은 결코 제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하면 기업이 온전한 공짜 상품을 내줄 이유는 전혀 없다. 따라서 기업은 '공짜'를 미끼로 소비자를 유혹한 후 추가 비용을 요구하게 마련이라고 개퍼는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온라인 언론 매체들은 이런 방식의 '프리미엄(Freemium·Free+Premium)'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공짜로 제한된 기사만 볼 수 있게 한 뒤 그 이상을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구독하게 하는 식이다.
인터넷 전화업체인 스카이프도 전 세계 4억4000만명의 가입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무료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보다 편리한 통화를 위해 필요한 헤드셋이나 전화기 등으로 고객을 유혹해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고 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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