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백 오더(Back Orderㆍ밀린 주문물량)가 넘쳐납니다. 이걸 줄이려면 한대라도 더 만들어야 하는데 노조 파업 때문에 공장 가동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노조의 배짱 파업으로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에 빠졌다. 올 초 불황에 허덕이던 자동차 업계가 정부의 노후차 세제지원과 신차 출시 효과 덕에 판매가 늘었지만 노조의 파업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회사들은 최근 주문이 밀려 잔업·특근도 모자라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야 하는 상태다. 하지만 노조 파업으로 ‘공급부족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
내분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한 현대차의 경우 2009년 결산 이후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과 신차종의 국내공장 우선 생산 등을 요구하며 그룹사 노조들과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1분기 70%를 밑돌던 공장가동률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공장은 여전히 휴업 중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14만3417대를 판매해 지난 2007년 10월(14만834대) 이후 월 단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이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함께 노조가 30일부로 주·야간 2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내수 판매를 견인했던 기아차 쏘렌토R의 경우 대기수요가 7000대에 달한다. 주문을 받고도 차량을 공급하지 못한 ‘백 오더’는 7월초 현재 2만대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아차는 지난해 임단협 기간 동안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생산차질대수 1만4000여대, 매출손실액 197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산업은행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한 GM대우 노조는 지난달 24~25일 임단협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가결시켰다. 파업 여부는 7월 초 열리는 중앙쟁의대책회의에서 결정된다. 노조는 현재 사측이 GM본사 입장만 되풀이할 뿐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GM대우의 올해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인 점을 감안할 때 파업이 가시화할 경우 적어도 1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M대우는 재고조절 차원에서 오는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9일간 부평 1·2공장 생산라인을 임시 중단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노조가 옥쇄파업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지난 5월22일 파업 이후 5일 현재까지 45일간 차를 단 한대도 생산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17대를 판매하는 최악의 월간 실적을 기록했다.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뤄 곧바로 공장을 가동한다해도 올해 생산 가능 대수는 2만여 대에 그칠 전망이다. 파산을 막는 방법은 ‘공장 재가동’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업황 회복기로 들어섰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사 불협화음은 어려운 자동차산업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며 “유연한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하루빨리 노사 합의를 통한 물량조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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