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 칼리지 경영학 교수 |
네덜란드 전자업체 필립스가 최근 미국과 독일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 5개국 기업 임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권고치보다 19%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운데 40%는 불면증의 원인으로 경기침체를 꼽았다. 상위 의사결정권자로서 조직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임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앞날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수면 부족까지 겹쳤다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경영환경 급변기에는 한 순간의 판단이 조직의 흥망을 가를 수 있다. 그런 만큼 의사결정 과정을 새로 다잡을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토머스 데이븐포트(Thomas Davenport) 미국 뱁슨 칼리지(Babson College) 경영학 교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직관을 꼽았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직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최적의 판단을 내리려면 과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가능한 한 많은 정보로 무장하라고 강조했다.
데이븐포트는 우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그는 결정에 따른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보 활용. 의사결정에 앞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하라는 것이다. 데이븐포트는 기업들이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끌어모을 수 있는 강력한 정보 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실제 활용도는 낮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평소에 이용할 수 있는 정보 툴의 기능을 익히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단계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최선의 의사결정 방법이 뭔지' 다시 고민해 보는 것이다. 데이븐포트는 나름대로 편한 방법만으로 성급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면 최적의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 가지 문제점도 지적했다.
우선 '집단사고'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는 소규모 집단은 같은 생각을 하게 마련이라는 집단사고 개념이 여전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이 모두 이성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믿음에도 무리가 있다. 집단사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비이성적으로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에 의존하기 쉽다. 이른바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무는 것처럼 친숙한 기억체계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데이븐포트는 직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장애가 된다고 강조한다. 직관에 의지하는 것처럼 쉽고 편한 게 없지만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직관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이다. 경험이 풍부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데이븐포트는 직관은 최후의 보루일 뿐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최신 저서인 '분석기법에 의한 경쟁(Competing on Analytics)'에서 주장하는 내용도 다르지 않다. 의사결정은 정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큰 줄기다. 데이븐포트는 이 책에서 의사결정을 위한 자료활용과 체계적인 추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의사결정 과정에 분석기법을 적용하기가 점점 수월해 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과거보다 더 많고 품질이 우수한 자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븐포트는 특히 정보 툴의 발달로 고도의 분석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경영진도 정보 분석 기법에 대한 지식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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