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혁명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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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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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우 전 총리와 한국선진화포럼

1969년 10월 20일.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수학한 뒤 귀국해 경제개발 이론을 주창하던 남덕우 서강대 교수의 화곡동 집에 같은 대학 이승윤 교수가 들이닥쳤다.

청와대에서 남 교수를 급히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함께 택시를 타고 청와대를 향하던 중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긴급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청와대는 방금 재무장관에 남덕우 서강대 교수를 임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서강학파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그는 재무부 장관을 거쳐 1974년부터 4년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역임했으며 ‘서울의 봄’을 지나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격동의 세월에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기관차였다.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그는 1983년부터 8년간 한국무역협회를 이끌며 현장에서 수출 신장을 주도했다.

<>개발경제 이끈 ‘서강학파’의 좌장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그가 한국 경제를 이끄는 동안 서강대 출신 교수들이 대거 중용됐다. 이승윤 전 부총리, 김만제 전 부총리, 김종인 전 경제수석, 박성용 전 금융개혁위원장, 김재익 전 경제수석, 사공일 전 재무장관, 신병현 전 부총리, 최각규 전 부총리 등 거대한 인맥군이 개발경제의 선두마차 역할을 했다. 학계는 이 엘리트군단을 ‘서강학파’라고 불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체제가 들어서면서 서강학파에 대한 평가절하 작업이 지속됐다.

 서울대 변형윤 교수의 호를 딴 ‘학현(學峴)학파’가 경제정책의 포스트를 차지하게 되면서 ‘성장’보다 ‘분배’, 정부 주도형 경제보다 민간 자율형 경제를 강조하는 정책들이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성장 차질로 이어졌다. 노조 편향 정부의 영향 때문에 기업 이익을 투자에 집중하기 보다는 분배를 요구하는 분규가 더욱 거세졌다. 기업인들을 배척하는 반기업정서도 확산됐다.

<>지식인의 혁명 이끌다

2005년 6월. 남 전 총리는 진 념 전 경제부총리, 유장희 당시 이화여대 부총장 등 20여명의 전직 경제관료, 후학들과 함께 ‘한국선진화포럼’을 발족시켰다.

당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에서 비틀거리던 상황이었다. 파이를 키우기도 전에 분배에 치중하는 분위기를 쇄신해 ‘성장 한국’으로 방향을 돌리는데 지식인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지식인의 혁명’으로 일컬을 만큼 많은 경제인들이 동참했고 활발한 토론과 대안제시를 통해 당시 참여정부의 정책을 친기업 쪽으로 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한국선진화포럼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의 경제 싱크탱크로 부상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관료들이 한국선진화포럼에 깊은 관심을 갖고 발제자로 참여하는가 하면 논의 결과를 경청하고 있다.
남 이사장은 최근에는 선진화 홍보대사, 캠퍼스 통신원 제도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을 꾀하는 등 포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선진화포럼 윤동현 실장은 “이사장님은 지금도 한국경제 발전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면서 각종 행사에서 발표할 원고를 직접 집필하는 등 한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하고, 또 초강대국이 될 때까지 건강을 유지하시면서 활동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프로필]

△1924년 경기 광주 출생 △1950년 국민대 정치학과 졸업 △1952년 한국은행 입행 △1956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61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제학 박사 △1964~1969년 서강대 교수 △1969~1974년 재무부 장관 △1974~1978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1979년 대통령 경제담당 특별보좌관 △1980~1982년 국무총리 △1983~1991년 한국무역협회 회장 △1983~2007년 산학협동재단 이사장 △2005년 8월~현재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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