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재단법인 ‘청계’서 331억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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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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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6일 강남구 논현동 자택과 일부 동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인 331억4200만원을 재단에 출연해 청소년 년 장학과 복지사업에 쓰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부키로 했다.

현직 대통령이 거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것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어서 국내 기부문화 발전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현직 대통령 재산 환원 ‘처음’

이 대통령의 재산 사회기부를 위해 지난 3월 만들어진 재단설립추진위 송정호 위원장(전 법무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앞으로 한 달 내 이 대통령의 호를 딴 ‘재단법인 청계(淸溪)’를 설립하고 이 대통령의 출연재산을 이전해 장학 및 복지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출연한 재산은 서초구 서초동 1709-4 영포빌딩, 서초동 1717-1 건물, 양재동 12-7 건물 등 3건의 건물과 그 부속토지(한국감정원 평가액 395억원)와 이 대통령 명의의 개인예금(8100만원)을 합친 금액에서 임대보증금 등 해당 부동산과 연계된 채무를 제외한 금액 전부다.

이번 재산 사회기부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재산은 강남구 논현동 자택(44억2천500만원)과 스포츠관련 회원권 및 예금 등 동산 4억8천100만원 등 모두 49억600만원이다.

이 대통령은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에 즈음하여’라는 글을 통해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분들이었다”며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오늘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 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 퇴임후에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직 국가원수가 자기 재산을 기부한 것은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년7개월만에 실행단계

이같이 이 대통령의 재산환원이 실행단계에 들어선 것은 기부 의사를 밝힌지 1년 7개월여 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사회기부를 약속한 것은 지난 대선을 열흘여 앞둔 2007년 12월 7일이었다.

검찰이 소위 ‘BBK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지 일주일 뒤 이 대통령은 KBS 선거방송연설을 통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대선기간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끊임없이 논란이 돼온 재산형성 과정의 도덕성 문제를 불식시키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취지에서 나온 결단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재산의 사회기부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국회의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5년 발간한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이 대통령은 논현동 자택, 양재동 땅 등 자신의 재산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모아졌는지 소개한 뒤 “아내와 나는 우리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청계’ 재단명...‘청계천 신화’ 영향

한편 재단 이름으로 낙점된 ‘청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청계’라는 단어는 이 대통령에게 청계천 복원사업의 성공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에게 '청계'라는 아호를 만들어 준 인물은 ‘초서의 달인’으로 불리는 서예가 취운(翠雲) 진학종 선생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장인인 고(故) 진의종 전 국무총리(1995년 작고)의 동생이다.

취운 선생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하기 전 “물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며 초서체로 ‘청계’라는 한자 휘호를 만들어줬고, 이 대통령은 이때부터 이를 아호로 쓰게 됐다는 후문이다.

공교롭게도 이후 이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현대그룹 시절 샐러리맨 신화에 이어 청계천 신화를 만들었고, 결국 이를 교두보로 삼아 '대권신화'까지 일궈냈다.

‘청계’는 또 이 대통령이 젊은 시절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케 한 인연이 있는 단어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노점상을 하면서 포항 동지상고 야간반을 졸업한 이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한 뒤 대학입학을 결심하고 찾은 곳이 바로 청계천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계라는 명칭은 이 대통령을 바로 연상케 하는 단어로, 꿈과 성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장학 및 복지사업을 하게 될 재단법인의 명칭으로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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